이란, 중동권 최초로 잠수함 건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란이 중동의 군사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중동에서 최초로 잠수함을 건조했다. 핵개발 의혹으로 미국.이스라엘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군사력 강화는 중동에서 새로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란 국방부는 10일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국내 기술로 잠수함 건조를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걸프해의 '가디르' 잠수함 모습을 방영했다. 이란이 이미 시험적으로 한 대를 생산했다는 얘기다. 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시아파 성지의 이름을 딴 가디르는 미사일과 어뢰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이마니 국방장관은 "걸프해를 누빌 가디르를 앞으로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 대수와 미사일 사정거리 등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중동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날의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이란이 지난해 잠수함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지난해 12월 헬리콥터.군함.잠수함에서 발사될 수 있는 어뢰를 생산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 근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위협이 높아졌던 시기였다. 아랍 군사전문가는 "항공모함까지 동원한 미국의 전면 공격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1일 "이란의 잠수함 생산으로 걸프 아랍 국가들과 미국.이스라엘이 긴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걸프해 지역에 위치한 오만.바레인.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의 해안을 헤집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또 터키.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를 사정거리에 둔 샤합-3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터키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도 사정거리 안에 있다.

1990년대 초부터는 탱크.장갑차.전투기를 자체 생산해왔다. 80년대 8년간의 전쟁을 벌인 이라크가 사실상 무장 해제된 상황에서 이란은 군사력을 토대로 중동 내 패권을 잡기 위해 준비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