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김용갑 의원이 싸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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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진보 세력으로부터 '강경보수'란 소리를 듣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사진(左))과 김용갑 의원이 대북 비료 지원 문제를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펴 정가에서 화제다.

정 의원은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대중(DJ)정권 이래 지금까지 대북 지원 문제에서 인도적인 지원과 정치.군사적인 협상은 별개로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었는데 지금 노무현 정권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상대로 당국 간 회담 재개를 요구하며 비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료 지원을 남북대화와 연계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연계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비료가 아니라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에 막대한 재원이 투자되는 남북경협 사업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일관성 없이 들고 나온 비료 지원의 전제조건 때문에 남북관계가 더욱 꼬이고 있다"며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던 예년 수준의 비료와 식량을 즉각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자신이 마치 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을 방불케 하는 주장을 편 이유에 대해 "남북관계와 인도적 지원을 연계하면 안 된다는 게 평소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오늘 아침 한 일간 신문(중앙일보) 정치면에 난 '여권 일각 대북 비료 지원 검토'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북한에 비료까지 갖다 바치자고 하니 국제사회 공조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나 다름없다"고 열을 올렸다.

김 의원은 "아무리 진성 친북파라고 해도 이 정도 되면 아예 북핵 개발을 도와주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냐"며 "이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오고 있는데도 '군자니까'하면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줬던 송나라 양공(襄公)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 의원이 대북 비료 지원을 주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사람 왜 그러냐. 평소 알던 것과 180도 달라 이유를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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