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식량 대북 지원은 핵과 분리해 다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2일 북핵 위기의 해법과 관련, "북한은 핵을 완전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미국은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를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오산의 한신대 병점캠퍼스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다.

그는 "그래야 6자회담은 이를 수용, 공동 실천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며 한쪽이 약속을 어기면 6자회담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1991년 맺은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한 북한 핵문제 처리에 있어서도 당사자"라면서 "우리는 북한에 6자회담에 적극 협력하고 핵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대가를 미국에 분명히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료와 식량 지원은 남한에 대해 불신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북한 주민의 민심을 감사와 동경으로 바꾸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를 핵과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선 조속한 6자회담 및 남북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DJ는 "북한의 핵보유는 잘못된 전략이며, 핵실험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며 "그럴 경우 북한은 국제적으로 큰 반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도 쓴소리를 했다. DJ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의 은혜와 관용을 입은 프랑스나 독일은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국내의 상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영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파병했다"며 "미국 일부의 일방적인 한국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