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 가는 길 ‘속 터지는’ 대중교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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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회사원 김영철(43·부산시 연제구 연산5동)씨는 지난 주말 가족과 부산·경남 경마공원을 다녀오면서 혼이 났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하단역에서 내린 뒤 220번 시내버스를 타고 경마공원에 도착하는데 2시간쯤 걸렸다.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 수가리에 걸쳐 있는 경마공원 입구에서는 교통이 막혀 버스 안에서 20여 분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말을 좋아하는 딸에게 ‘말 테마파크’를 보여주려고 갔다가 고생만 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을 오가는 대중교통이 너무 적다.

 부산과 경남 김해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1개 노선뿐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세산삼거리∼경마공원∼장유온천을 경유하는 이 버스는 하루 27회 운행한다. 배차간격이 50분이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마을 버스도 하단역과 구포시장에서 출발하는 2개 노선이 있을 뿐이다. <표 참조>


 대중교통이 나쁘자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셔틀버스를 자체 운행하고 있다. 하단·주례, 강서구청·김해, 마산, 울산, 거제, 장유 등 6개 코스다. 5년 전 개장할 때 6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24대까지 늘렸다. 하지만 늘어나는 관람객을 감당할 수 없다. 하단·주례방면은 20분 간격이지만 울산·거제는 하루 한차례만 왕복운항하고 있다.

 주말에는 하루 3만여 명의 관람객이 경마공원을 찾고 있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 주말에는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주차용량 6000여 대를 넘은 8000여 대가 몰리면서 주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측은 개장을 앞둔 1994년 5월 경마공원·부산시·경남도가 서명한 ‘부산·경남권 공동경마장 건설 합의서’ 대로 대중 교통 불편을 두 자치단체가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세를 많이 내고 있는 만큼 두 자치단체가 대중교통망을 갖춰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경마공원은 지난해 부산시와 경남도에 모두 2204억원의 지방세를 냈다. 개장 이후 5년간 낸 세금만 1조1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부산시·경남도는 주말에만 대중교통 수요가 많고 평소에는 거의 없어 노선을 신설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정기 부산·경남경마공원 본부장은 “정규노선 신설이 어렵다면 금·토·일요일에만 한시적으로 오가는 노선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다른 노선을 줄이고 경기장과 주요 지하철까지 오가는 버스를 집중 투입하는 호주 처럼 대중교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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