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재산세 내는 ‘취득’ 기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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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판교사업본부는 요즘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 판교월든힐스 입주예정자들로부터 잔금 납부 기한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입주지정일(입주해야 할 기간)이 5월이지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줄이기 위해 세금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후로 잔금일을 미루자는 것이다. LH 최원석 과장은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다 보니 절세 목적으로 잔금 납부를 미루겠다고 하는 계약자가 많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입주예정자는 잔금 납부를 늦춰도 주택을 이미 취득한 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입주지정일 이후 잔금을 내도 제세공과금은 입주지정일 기준으로 부과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요즘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면서 세금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당장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해 5월 입주지정일이 끝나는 전국의 2만8000여 가구의 주인들 중 잔금 납부를 재산세·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후로 미루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동부건설 이하징 마케팅팀장은 “입주지정일 이후까지 잔금을 내지 않으면 연 12% 이상의 비싼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며 “세금 부담이 연체료보다 많을 경우 일부러 연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세테크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설사는 아파트가 완공되면 그때부터 모든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한꺼번에 지운다. 최대한 빨리 계약자에게 넘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종훈 세무사는 “계약자가 잔금을 늦게 내 취득 시점을 세금부과 기준일 이후로 했다면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은 모두 건설사가 져야 한다”며 “입주지정일 이후까지 잔금을 내지 않더라도 세금 등의 모든 부담을 계약자에게 물리는 특약이 설정된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조항이 없다면 잔금 납부 연기가 절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도 방법이 있다. 잔금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여 고율의 연체금을 피해야 한다는 것. 자칫 나중에 세금 감소분보다 연체금이 더 많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잔금은 얼마면 될까. 지나치게 많이 줄이면 오히려 위험하다. 자치단체가 잔금이 너무 적으면 집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천시 세정과 김철주 주무관은 “잔금이 어느 정도 남아야 취득으로 간주하는지 기준은 없지만 잔금을 한 푼도 안 냈더라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오 세무사는 “절세 목적으로 잔금 납부를 미룬다면 전체 분양금의 10% 정도는 남기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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