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 ‘세컨드 브랜드’ 전략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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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건강식품 대표주자인 홍삼이 명품 패션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 전략을 벤치마킹해 시장에 안착했다. 세컨드 브랜드 전략이란 중저가 브랜드를 새로 내놓으면서 가격대를 낮추고 디자인은 젊게 해 젊은 층으로 고객을 넓히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인삼공사가 내놓은 ‘굿 베이스’(사진)가 히트 상품이 된 데는 이런 전략이 주효했다.

 인삼공사에는 고가 브랜드인 ‘정관장’만 있었다. 정관장은 1조4000억원대 홍삼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농협 한삼인과 천지양·동원 등이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점유율이 약 75%까지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식품 대기업들이 홍삼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해외에선 중국 저가 상품의 위협을 받아 인삼공사는 국내외에서 협공당하는 상황이었다.

 인삼공사는 이에 따라 2009년 하반기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또 코카콜라·동아오츠카 등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해 배치했다. 이들은 명품 패션회사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명품 패션업체들은 자사 브랜드를 갖고 싶어하지만 가격 저항 때문에 망설이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디자인을 젊게 하고 가격을 낮추는 ‘세컨드 브랜드’를 잇따라 내놔 시장을 크게 키웠다.

질 스튜어트의 ‘질바이 질스튜어트’, 도나 카렌의 ‘DKNY’,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바이 마크제이콥스’가 대표적이다. 인삼공사는 ▶디자인 ▶가격 ▶맛 등의 요소를 20~30대 젊은이들이 좋아하게끔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굿 베이스’다. 디자인과 형태는 중년 이상이 선호하는 고형과 분말 대신 여성·젊은이들이 쉽게 소지할 수 있는 파우치 형태로 바꿨다. 젊은이들이 홍삼의 쓴맛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홍삼 원액 비중을 50%로 낮추고, 대신 과일·당귀·로열 젤리 등을 넣었다. 비싼 홍삼 원액을 줄이다 보니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젊은 층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5만~10만원대로 제품을 내놓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굿 베이스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매출이 매달 30% 넘게 성장하고 있다. 정관장 매출도 지난해 이후 6개월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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