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지역에서 시범 실시되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화살표 3색 신호등’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와 경찰이 치밀한 조사 없이 외형적 성과를 내려는 의욕과잉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4월 21일자 1면> 340여억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국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닫힌 논의 구조 속에서 결정된 것이다.본지>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경위는 2009년 2월 각 정부부처와 산하 기관에 경쟁력 강화 과제를 발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같은 해 4월 ‘화살표 3색 신호등’을 비롯, 공휴일 도심주차 허용, 비보호 좌회전 확대·야간 점멸신호 운영 등 19개 교통운영체제 선진화 과제를 발제했다. 이후 해외시찰, 연구용역 발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 등 신호등 개편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동안 대국민 홍보활동은 전무했다. 당시 국경위 위원장은 강만수 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경찰 총수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2009년부터 추진돼 온 일인데 갑작스레 도입되면서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찰청 홍익태 교통관리관은 “홍보가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선진국들은 모두 3색 신호등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입 초기라 혼선을 빚고 있지만 새 신호등은 익숙해지면 운전자들에게 편리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많은 시민은 “기존 신호등에 대해 특별히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게 최고의 신호체계이니 익숙해지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