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왕벚 4그루 심은 지 68년…그 옆에 미국 첫 한국식 정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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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 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는 루이스 굿맨 아메리칸대 국제대학 학장. 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메리칸대 국제대학 건물 옆에 심어 놓은 한국 벚나무다. [중앙포토]

미국 워싱턴DC의 포토맥강 주변은 벚꽃이 유명하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 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인 줄로 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나라 제주산 왕벚나무 수종이 대부분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1943년 워싱턴DC의 아메리칸 대학에 왕벚나무 4그루를 기증했다. 그 후 68년 만에 이 나무들 옆에 한국산 나무와 꽃, 야생 식물들이 가득찬 ‘한국 정원’ 이 만들어지게 됐다.

 아메리칸대(총장 닐 커윈)와 주미대사관 한국문화원(원장 남진수)은 20일(현지시간) 한국 토종 수목과 야생식물 42종 533점에 달하는 한국정원의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25일 커윈 총장과 한덕수 주미대사 등이 참석하는 기념식도 가질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아메리칸대 국제대학 건물 주변 약 1만3000여㎡ (4000여 평)부지에 왕벚나무, 단풍나무, 박달나무 등이 들어선다.

 또 제주도의 대표적 상징물인 돌하루방 2쌍과 제주도 민가(民家)의 대문인 정낭 4개가 설치된다. 국제대학 건물 옆에는 아직도 이 전 대통령이 심었던 제주산 왕벚나무 4그루 중 3그루가 남아 있다. 돌하루방 1쌍은 바로 그 왕벚나무 옆에, 그리고 다른 한 쌍은 한국 정원 입구에 세워져 수호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문화원 측은 밝혔다.

 한국 정원 조성에 앞장선 루이스 굿맨 국제대학 학장은 “비원(秘苑)으로 대표되는 한국 정원은 일본·중국과 달리 단순한 자연미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지난해 새로 건축된 국제대학 건물의 친환경 컨셉트에도 잘 부합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대학은 부지 제공 및 조경 작업을, 문화원과 한국수목원은 나무 제공과 운반 작업을 맡았다.

 남진수 문화원장은 “아메리칸대 한국 정원은 미국에서 한국산 나무와 꽃, 야생식물 등으로 조성되는 첫 한국식 정원”이라며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토종 수목들이 도착해 있는 상태로, 현지 적응기간을 거쳐 식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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