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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미라, 점점 쪼그라든다"소문 北 주민들 '쉬쉬'

중앙일보

입력

최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 사이에서 "김일성 미라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했다는 한 탈북자는 "1년 간격으로 미라를 두 번 봤는데 확실히 처음 보다 크기가 줄어있었다"며 "함께 다녀 온 간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라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함부로 말하면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쉬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출신 탈북자들도 “수 차례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했는데 미라 크기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김일성 미라 축소설'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성에 보관 중인 레닌의 미라를 둘러싼 소문과 연관돼 있다. 수년 전부터 러시아인과 유학생 사이에선 "레닌의 미라가 작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북한까지 흘러들어가 김일성 미라 축소설을 낳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원래 사이즈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레닌그라드 국립대와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소련 붕괴 이후 레닌의 시신을 영구 보존하는 연구소 자료는 비공개 상태라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신 상태가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라 전문가인 김한겸 고려대병원 병리학 교수도 "사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원래 사이즈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 북한은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기 위해 미라를 영구보존하기로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체 영구 보존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가 이 작업을 맡았다. 레닌, 호치민, 마오쩌둥의 사체 보존을 담당했던 기관이다.

영구 보존을 위해 사체는 여러 차례의 단계를 거친다. 우선 사체를 발삼향의 액체가 담긴 수조에 넣고 그 향액을 삼투압을 이용해 피부로 삼투시킨다. 그리고 뇌와 안구, 내장 등을 빼내고 젤 상태의 발삼액을 사체 내에 채워 넣는 작업이 이어진다. 생체 수분량과 같은 80%의 발삼향액을 사체에 넣고 피부가 건조되도록 수 시간 공기에 노출시키는 일도 뒤따른다. 이어 발삼향액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노출부분을 가죽 포대로 감은 뒤 얼굴에 화장을 시키고 새 옷을 입힌다.

이후에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사체를 주 2회 관에서 꺼내 방부제를 얼굴과 손 등의 노출부위에 발라야 한다. 또 2~3년에 1회 정도 발삼향액 수조에 한 달 가량 담가야 한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김일성 사체 보존 과정에서 약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소요됐다. 관리비용으로는 연간 80만 달러(약 9억원)가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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