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앨범 내놓은 정통힙합 가수 '업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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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타운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끝없는 긴장과 실험을 해온 그룹이다. 어둡고 진한 본바닥 갱스터 랩에서 다소 거친 댄스음악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메이저 음반 기획사에 소속된 상업 그룹이면서도 립싱크에 의존하는 댄스그룹들과는 단연 차별화되는 파워넘치는 보컬-랩과 탄탄한 리듬감각, 팝 수준의 프로듀싱에 힘입어 '정통 힙합 가수' 로 인정받아왔다.

3집 발매 이후 1년4개월의 장고 끝에 내놓은 4집은 업타운 특유의 실험정신을 되살린 수준작. 우리 민족의 한(恨)을 대변하는 민요 두 곡을 흑인들의 소외감이나 분노를 대변하는 랩에 솜씨있게 결합시켰다.

우리 민요 특유의 슬픈 가락과 느릿한 리듬이 선 굵은 힙합 비트와 결합돼 멋진 크로스오버 팝으로 재탄생한 것. 이렇게 태어난 '한오백년' 과 '뱃노래' 는 신선도와 음악적 완성도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에 버금간다. 다채롭고 매끈한 편곡은 청자(聽者)로 하여금 끝까지 듣도록 유혹한다.

'한오백년' 은 구수하면서 귀에 달라붙는 랩이 한국적 랩 창법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뱃노래' 는 둔중한 베이스 리듬위에 톡톡 쏘는 갱스터랩을 얹은 뒤 뱃노래 후렴구 "어기야-어기야디야…" 를 이어 붙이는데 그 봉합선이 빈틈없다.

두 곡의 상품성을 일찌감치 감지한 일본 가요기획사들이 녹음단계에서 앞다퉈 음반화를 제의해 왔다.

두 곡 이외에 9곡의 신곡과 4곡의 리믹스도 모두 수준급. 타이틀곡 'UPT파라독스' 는 새 여성보컬 김보라의 짱짱한 가요 창법과 남자래퍼들의 강력한 코러스가 흥겨운 노래다. 업타운 사운드의 핵이었던 여성래퍼 윤미래가 탈퇴하면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보라는 SBS탤런트 출신으로 미모와 가창력을 겸비한 신인. H.O.T음반에 코러스를 맡았던 그녀는 어딘지 트로트 느낌이 나는 대중적 창법이 특징이다.

음반을 사지않고 방송으로 이들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수록곡중 '한오백년' '뱃노래' 'UPT파라독스' '카사노바' 등 4곡을 빼고는 전곡이 방송금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가사와 상관없이 다 들을 만한 노래들로 특히 '낙태' 와 '록 디스 머더 …' 가 재미있다.

'낙태' 는 "어느 모텔안 한 여인이 웃으며 불을 끄고 끌어안네/ 몸부림 치네 몸 섞여 부딪히네/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이밤/부담없는 맘 애정 하나 없는 섹스/…" 로 이어지는 가사가 상당히 선정적이다. 그러나 실은 무수한 낙태를 양산하는 애정없는 섹스 풍조를 꼬집는 '건전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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