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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감위 불법도박 방치” 국회서 혼쭐난 김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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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송지혜
사회부문 기자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출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감위 김성이 위원장=“당시 사회 혼란을 일으켰던 바다이야기 때문에….”

▶한나라당 한 의원=“바다이야기는 합법입니까?”

▶사감위 김 위원장=“불법입니다.”

 14일 오후 국회 본청 6층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공세를 폈다. 이날 열린 상임위원회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김 위원장이 “사감위는 2007년 9월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감독하는 기구로 출범했다”고 밝히자 이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의원의 질의에서 드러나듯 이날 업무보고의 가장 큰 쟁점은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불법 사행산업 팽창에 대한 우려에서 탄생한 사감위가 정작 불법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합법 사행산업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앙일보 4월 14일자 21면>

 한 의원은 “불법 시장을 계속 방치하는 모순을 없애기 위해 3년간 5건의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사감위는 불법 도박 단속업무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며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보건복지부에서 도박중독자 치료·예방업무를 협력해 하자는 공문을 보냈는데 사감위에서 답변조차 하지 않고 무시한 바 있다”고 비난했다.

 만약 사감위가 불법 도박 단속에 적극 나섰다면 여의도 보관업체 10억원 발견, 전북 김제의 ‘마늘밭 형제’사건 같은 일이 잇따라 일어났을까. 의원들은 “사감위가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지속적인 단속을 벌였다면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가 오늘날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사감위가 스포츠토토 같은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과다하게 규제해 그 수요가 불법 사행산업 쪽으로 갔다”며 ‘풍선효과’ 문제를 거론했다.

 업무보고가 끝날 무렵, 김 위원장은 “2008년 개정안이 처음 제출됐을 때 깊이 있게 논의되지 못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불법 사행산업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사감위가 도박중독 치료 등 사후 대처에 그쳐온 것은 안일한 자세라 질타받을 만하다. 이제라도 합법 사행산업 규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불법 사행산업을 어떻게 규제하고 줄여 나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도박은 망국병이라고들 한다. 정부는 온라인 불법 도박이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불법 도박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땅을 파면 5만원권 돈이 나오는’ 웃지 못할 일이 거듭돼서는 안 되지 않는가.

송지혜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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