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대역전 드라마 쓴 슈워첼 “나는 땀 흘리며 일하기를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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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에서 최종일 역전 우승을 차지한 칼슈워첼(왼쪽)이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 전년도 우승자(필 미켈슨·오른쪽)가 새 챔피언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것은 오거스타의 오랜 전통이다. [오거스타 로이터=연합뉴스]


4월 초이지만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수은주는 32도를 넘었다. 경기의 열기는 뜨거운 태양 이상으로 달아올랐다. 선두에 나서 본 선수는 8명이나 됐다. 그중엔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경주(41·SK텔레콤)도 있었다. 10명이 넘는 선수가 우승권에 머물렀다. 한 번 실수면 나락, 버디 하나면 선두로 치고 나가는 팽팽한 긴장감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휘감았다. 그러나 칼 슈워첼(26·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채 시작해 역전우승을 거뒀다. 그린 재킷은 그의 것이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마스터스 골프에서 슈워첼이 합계 14언더파로 애덤 스콧(호주) 등을 2타 차로 제쳤다. 최경주는 8언더파 공동 8위에 머물렀다.

 슈워첼은 새벽과 고독을 사랑하는 사나이다. 그의 집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 양계장을 했다. 슈워첼은 일할 필요가 없었지만 자신이 농장 소년이라 생각했고 양계장 일을 하며 자랐다. 슈워첼은 “그건 노동이 아니다. 나는 땀을 흘리며 일하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농장의 이른 새벽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도 했다.

 슈워첼은 최근 세스나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새벽에 농장에 홀로 나와 있는 것처럼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홀로 하늘을 나는 시간이 좋다고 한다.

 슈워첼은 “아버지에게 우승을 바친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조지는 남아공 투어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1987년에는 남아공의 골프 영웅 어니 엘스와 한 조로 베터 볼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스승이다.

 조지는 투어 생활을 접고 고향 농장에 돌아가 두 아들과 자주 볼을 쳤다. 그는 아주 쉽게 골프를 가르쳤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골프를 배운 아들의 스윙은 남아공의 대지를 스치는 바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굳셌다. 슈워첼은 지금도 스윙이 흐트러지면 고향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스윙 체크를 받는다.

 슈워첼은 최경주와 한 조에서 경기했다. 첫 홀에서 약 30야드짜리 칩샷을 집어넣었고 3번 홀에서는 페어웨이에서 이글을 성공했다. 4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버디를 만들지 못했지만 버텼다. 15번 홀에서 티샷을 숲으로 보냈지만 옷에 묻은 낙엽을 털듯 침착하게 레이업한 뒤 버디를 잡아냈다. 이후 남은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막판에 스퍼트,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올해는 남아공의 첫 마스터스 우승(61년·게리 플레이어) 50주년이 되는 해다. 플레이어는 “샷 능력이나 멘털 등에서 슈워첼이 나의 후계자”라고 말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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