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짓는 데 465억, 연 관리비 28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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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됐던 서울광장에 지난달 14일 잔디가 깔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시민광장 조성·유지에도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데는 465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당초 354억원에서 110억원이 늘어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설계변경이다. ‘광화문 앞의 역사성 회복’이라는 건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전통적 분위기를 내기 위한 차도부 돌포장이나 역사물길(실개천 바닥에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연대표를 새긴 것) 조성을 위한 설계변경이다. 26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

 개장 당시에는 조선의 한양 천도일로부터 광장 개장일까지의 날짜 수만큼인 꽃 22만4537본을 심은 ‘플라워 카펫’ 조성에 6억3000만원을 들이기도 했다. 지상에 세종대왕 동상을 세운 뒤 그 아래 지하 공간에 세종이야기 관, 충무공이야기 관이라는 전시공간도 만들었다. 서울시 균형발전추진과 이용심 팀장은 “광장 문화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이 그늘막과 차량 차단막 설치 등 이런저런 요구를 내놨다. 이에 따라 석재 화분을 보강하는 등 개장 후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도 물론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연간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0년 한 해에만 28억원이 들었고, 2009년 8월 개장 후 올해 예산까지 합하면 모두 6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세종문화회관에 위탁한 두 이야기관 관리 예산은 빠진 비용이다. 광화문광장의 연간 관리비가 서울광장(지난해 2억원)의 14배다.

 서울광장의 경우 유지·보수·관리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잔디 구입비다. 조성 당시인 2004년엔 예산 2억8900만원 중 1억6700만원이 잔디 구입비였다. 예산 낭비가 지적되자 서울시는 2009년부터 가양 양묘장에서 자체 생산한 잔디를 활용해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생산 비용 역시 세금이다. 집중호우 등으로 자체 생산 잔디가 부족했던 지난해에는 잔디 구입에 9300만원을 썼다. 서울시 김명수 의원은 "시민 광장이 잦은 설계 변경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광장 설립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부문=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이지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김태성 기자, 프리랜서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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