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제2 벤처 붐 성공 환경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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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제2의 벤처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 앱 개발 중심의 정보기술(IT) 벤처 창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특히 청년층 창업이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모처럼 되살아난 벤처 붐이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녹색기술·첨단융합·고부가서비스 등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창업으로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실패 후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는 창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990년대 말 첫 벤처 붐이 갑자기 사라졌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재도전 기회가 박탈됐기 때문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려는 창업가에게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실패를 딛고 성공을 거두는 창업가가 나오기는 어렵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다양한 ‘패자 부활제도’를 마련하고 있고, 대표이사 연대보증책임 범위 축소 등 재도전 기회를 넓혀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패 시 창업가 개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무겁다. 사회 분위기도 실패한 창업가를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에 정직하게 실패한 창업가에게 최대한 신속히 ‘두 번째 기회’를 주도록 정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파산으로 인한 채무 면제 및 해결 기간을 최장 3년 이내로 제한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조속히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는 내용이다. EU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EU의 중요한 어젠다가 되며, EU 및 회원국들의 입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실제로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창업하는 창업가가 처음 창업하는 창업가보다 실패율도 훨씬 낮고 성장속도도 빠르다는 EU 집행위의 연구 조사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스웨덴은 창업기업이 자금 압박 초기 단계부터 조언과 협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긴급조치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공인파산전문가제도를 둬 파산 전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채무상환계약 체결을 돕고 있다. 전자는 창업 실패 예방 차원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후자는 공인된 전문가로 하여금 위기의 창업가를 돕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창업 당사자들이 이러한 예들을 벤치마킹해 제2의 벤처 붐이 지속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창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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