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피로 현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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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호 35면

이달 초 한 언론사 사장이 트위터리안 200명을 ‘언팔(unfollow·다른 사용자의 트윗 구독을 취소하는 것)’했다. 갑자기 언팔을 해서 미안한 듯, 그는 “취중에 (팔로잉을) 정리했습니다. 실수로 자른 분도 있을 듯싶다. 죄송”이라는 말도 트위터에 남겼다. 이유는 “팔로어가 많아지니깐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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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트위터 하기는 피곤하다. 많은 친구, 네티즌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반가운 네트워킹의 기능만큼이나 보기 싫은 트윗이 많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싸이월드 열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피로의 주된 원인은 홍보수단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는 경우다. 청와대·국방부·서울시 등의 기관이 공식 브리핑 채널로 트위터를 활용하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의를 해 공식 입장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성 트위터라도 잘 모르는 정보기술(IT) 정보에 답을 해주는 KT의 트위터 서비스 같은 경우엔 팔로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기자단’ ‘트위터 서포터스’ 등의 광고성 트윗은 참기가 쉽지 않다. 해당 기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또 이를 ‘무한 RT’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한 신문사에서는 자사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모아 ‘트위터 기사 융단폭격’을 했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며칠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팔로했던 기자들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신문사의 기사가 쓰나미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나 역시 해당 신문의 소속 기자들을 몽땅 언팔했다.

자기가 쓴 책을 알리기 위해 똑같은 트윗을 반복하는 작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찍은 사진을 꾸준히 올리는 식당 사장…. 자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지만 ‘공해’인 것은 마찬가지다.

혹자는 ‘언팔하면 그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의 글을 퍼 나르는 리트윗(RT) 기능이 있기에 이 역시 여의치 않다. 5명의 사용자가 시간 차를 두고 같은 홍보성 트윗을 리트윗한다면, 그들을 모두 언팔할 수 있겠나. 특히나 업무상 연결된 사람이 감정적인 트윗이나 홍보성 글을 마구 퍼나르면 이는 비즈니스 에티켓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수많은 홍보맨, 영업사원이 마음에도 없는 트윗들을 ‘의무 구독’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내 주변에도 트윗을 쏟아내는 사람이 몇 있는데, 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언팔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신문과 방송’ 4월호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황유선 연구위원은 소셜미디어의 키워드를 진정성으로 보았다. 학자가 바라보는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각 기업의 경영진은 외면하는 것 같다. 소통에 대한 고민은 없이 마케팅 툴로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한 지인이 말한 대로 “싫으면 다른 아이디 만들어 쓰던가” 같은 대응 외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서두에 언급했던 언론사에서 일하는 한 기자는 ‘사장이 트위터로 다 지켜보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트위터를 안 하고 있단다. ‘목적 있는 소통’ 말고 그냥 소통하면 안 되나. 트위터가 무슨 ‘조건 만남’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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