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벨 체코 대통령 연극, 국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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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대통령 바칠라프 하벨(63)이 극작가라는 사실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올랐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극작가로서 만년에 쓴 연극 <재개발>(가제)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공연단체는 극단 여백. 극단은 송순섭 한국외국어대 체코어과 교수가 번역하고, 임형수씨가 연출한 이 작품을 내년 5월 서울 대학로의 한 무대에 올린다. 공연작소는 미정.

이 작품은 하벨 대통령이 87년에 쓴 것. 하벨은 63년 부조리극 <정원 파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해 88년 <내일>에 이르기까지 14편의 희곡을 남긴 바 있다.

<재개발>은 도심재개발 과정을 다루며 권력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담았다. 재개발을 둘러싸고 건축가팀 사이에 찬반 양론이 벌어진 가운데 지배권력은 이를 배후에서 조종한다. 한 팀원이 재개발에 반대했다가 투옥된 뒤 실어증 환자가 돼 석방되자 팀원 중 최연장자가 이에 충격받고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극단 측은 "하벨은 누가 누구를 위해 하는 재개발인가를 작품을 통해 물음으로써 권력에 대항코자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표출했다"면서 "이 작품에는 인간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추구했던 그의 노선이 잘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현직 대통령이 직접 쓴 희곡이 국내무대화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89년 비공산주의자로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이 된 하벨은 92년 4월 한국을 방문한바 있으며 이듬해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독립하면서 체코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98년 1월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재선되는 등 10년째 체코를 이끌어오고 있다.

36년 프라하에서 태어난 하벨은 48년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 부르주아적 출신배경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채 택시운전사 등을 전전했다. 이후 프라하 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77년 <인권헌장 77>을 공동기초하는 등 반정부운동을 했고, 이로 인해 80년대 후반까지 투옥과 석방을 반복했다.

그는 인권운동가에 그치지 않고 극작가로도 유럽에서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은<비망록>(65년), <음모>(71년), <거지 오페라>(72년), <관객>(75년), <고독한 라르고>(84년), <유혹>(85년) 등.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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