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중국에 대한 ‘가(假)명제’

중앙일보

입력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중국이 보여준 태도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웃 중국에 실망했다. 한국의 교역1위국인 중국이 북한 편을 든다는 것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한국 언론들은 1년 지난 지금도 중국이 혹 한국 편으로 돌아섰는가 기웃거린다.

한국의 한 영자 신문은 아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엔 '여전히 변화 없음'을 제목으로 뽑아 톱으로 올리기도 했다. 뉴스는 무슨 일이 발생해야 뉴스인데, 이번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뉴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톱뉴스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실망은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서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중국이 이후에 보여준 행동에 대한 한국의 실망감, 당혹감, 분노는 모두 이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다. 믿음이 컸기에 실망도 컸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믿음이 정당한 것이었는가에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즉, 한국의 중국에 대한 실망의 근거가 한국이 잘못 설정한 '가명제'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정말로 중국이 한국 편을 들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현 한국 정부 내에서 중국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는 우리가 설득의 논리를 잘 갖추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의 지적이다.

도발적이라 할 만한 지적이다. 특히 ‘놀랄 만큼 솔직한 중국의 속내를 보여줬다‘라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내일을 묻다>를 저자의 발언이기에 그렇다.

문정인 교수는 한국의 오피니언 메이커들이 중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가 미국을 통하면 중국이 말을 들을 것이다'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도 중국이 말을 안 들으면 “아 중국은 역시 공산주의니까 숙명적으로 북한 편을 듣는 것 아니냐“ 라고 한다.

문정인 교수는 중국이 남북한 어느 편이냐 하는 이분법적 접근방법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둘 다 '윈윈'하는 방법을 찾으면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바로 그것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의 대중국 외교 숙제”라고 했다.

써니리 (=베이징) boston.sunny@yahoo.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