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격전지 성남 분당을 가다 ② 민주당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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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을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손학규 대표가 5일 성남시 서현동 AK플라자 앞에서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성남=오종택 기자]


5일 오전 5시38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가나안교회 앞에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멈춰섰다. 잠시 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양복에 에메랄드색 넥타이를 맨 그는 빨간 가죽 표지의 성경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손 대표는 교회로 들어가 100여 명의 신도들 사이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장경덕 담임목사의 새벽 설교를 들었다. 예배가
끝났지만 손 대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모은 채 10여 분간 기도를 했다.

그는 자리를 뜨면서 장 목사에게 “고난과 시련이 의(義)를 실현한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고 했다.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거활동의 시작을 새벽 기도로 잡은 이유는.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이고, 또 마음을 다지는 거다.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것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어 그는 구미동 무지개마을 사거리로 향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녹색 점퍼는 걸치지 않고 양복 위에 어깨띠만 두른 상태였다. 그의 어깨띠엔 ‘2번 손학규’라는 이름만 크게 쓰여 있었다. ‘민주당’이란 글자는 작아서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그가 주민들에게 건네는 명함도 비슷했다. 앞면에는 ‘대한민국의 운명-분당에서 바꿔보십시오!’라는 문구와 ‘손학규’라는 이름 세 글자만이 새겨져 있었다. 손 대표 주변엔 당직자들이 없었다. 대표 비서실장인 양승조 의원이 먼발치에서 기호 2번을 상징하는 ‘V’자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일 뿐이었다. 보수세가 강한 분당을에서 ‘민주당’보다는 ‘손학규’를 앞세운다는 게 선거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만난 지영율(48·회사원)씨는 악수를 청하며 “이번에 꼭 한나라당 혼 좀 내달라. (여당에 대한) 여론이 정말 안 좋다”고 했다. 주부 최세완(45)씨는 남편을 자동차로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다 손 대표를 보고는 “팬이다.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했다. 몇몇 당직자가 손 대표에게 다가가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하자 손 대표는 “아전인수(我田引水·제 논에 물 대기)지 뭐…”라고 대꾸했다. 손 대표를 외면하는 이들도 있었다. 회사원 박모(41)씨는 한 아파트를 가리키며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저곳에서 15년간 살고 있는 토박이인데 손학규 후보는 외지인 아니냐”고 말했다.

 오전 8시15분쯤 손 대표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뼈다귀 해장국집을 찾았다. 그는 된장국을 시킨 다음 아이패드로 뉴스를 검색했다. 그는 “아이패드로 당무 보고 사항과 뉴스를 챙긴다”고 했다. 그에게 강재섭 후보와의 관계를 물었더니 “정치 하니까 아는 거지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했다.

 -지지율이 박빙인 걸로 나온다.

 “양쪽을 모두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론 아주 열세를 예상했는데 격차가 생각보다 좁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른 한편으론 뒤지고 있고, 특히 적극 투표층에서는 많이 밀리고 있다고 본다. 한편으론 낙관하면서 한편으론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수층이 많아서 그런가.

 “유권자가 보수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화라는 큰 진보를 이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중산층이다. 이들의 뒷받침이 없이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강남좌파’라는 표현도 있지 않는가. 우리 사회엔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고 양극화를 거부하며,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중산층이 있다. 사회 변화를 이끌려면 그런 중산층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50대 이상의 보수층에선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 같은데.

 “이번 선거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인식이 근거가 없는 것임을 손학규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손학규로 대표되는 통합형 패러다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 왼쪽으로 간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되겠나. 진보의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동시에 중산층의 영역도 넓히는 것, 그게 우리의 집권전략이다.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기업에 해를 끼치겠나, 일자리를 줄이겠나. 중산층이 안심할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 그런 신뢰와 믿음을 분당에서 주려고 한다.”

 손 대표는 성남교육청을 찾은 다음 성남상공회의소로 향했다. 그곳의 변봉덕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 경제적인 받침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다.

 오후 들어 그는 서현역 앞 상가를 찾았다. 오인숙(60·학원장)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 말고 나와 “경기 지사 시절처럼 분당을 잘살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70대 초반의 한 남성은 냉랭한 표정으로 손 대표가 건네는 인사를 모른 체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론이란 바람이 크게 불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굳건하다”고 말했다. 다소 머쓱해진 손 대표에게 다시 물었다.

 -강재섭 후보 측에선 ‘분당을 선거가 대통령 뽑는 선거냐’고 반문한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의원이나 시장을 뽑는 게 아니다. 대표적 중산층 지역인 분당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선도할 것인가의 여부를 묻는 선거다. 분당 시민이 다리 하나 더 놓아 달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의 탈당전력 등을 거론하며 ‘철새론’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내가 서 있을 위치에 서 있다. 그 자리에 있으려면 내 가치를 바꿔야 했다. 그런 주장이 별 의미가 있겠나.”

 -이번 출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한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나.

 “여의도적·공학적 사고방식은 나한테는 의미가 없다. 내가 희생함으로써 감동을 연출하고자 했다면 진작부터 출마했겠지. 중산층을 통한 변화가 우리 사회의 과제인 만큼 중산층 친화적인 손학규, 중산층의 역할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손학규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패배하면 어떻게 할 건가.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성남=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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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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