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롯데백화점 생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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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롯데백화점 대리급 직원들이 강원도 춘천 남이섬 인근의 북한강에서 도하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해병대 훈련은 올해 과장급 직원으로 확대됐다.


롯데백화점 서충환(45) 과장은 다음 달 초 강원도 춘천에 있는 기화연수원에 입소한다. 2박3일간 해병대 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서 과장뿐 아니라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모든 과장급 직원들은 이 훈련을 받아야 한다. 교육은 오는 26일~6월 30일까지 8차례에 걸쳐서 이뤄진다. 과장급 직원과 대리 승진자 총 850명이 훈련에 참가한다.

 ‘열정과 도전(Passion&Challenge)’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교육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해병대 훈련을 통해 동료와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기르자는 취지다. 2007년 업계 최초로 승진 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게 한 것 역시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교육 대상자들은 2박3일간 오전 6시30분 기상해 오후 11시에 취침하도록 짜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첫째 날은 제식훈련과 보트 탈취, 야간행군 등 실제 해병대 병사들이 받는 ‘지옥주 훈련’이 이뤄진다. 둘째 날에는 11m 높이에서 레펠을 타고 강하하는 레펠훈련과 춘천에서 남이섬까지 수상으로 이동하는 도하훈련이 진행된다. 셋째 날은 명사를 초청해 리더십·소통·상호존중·프로정신 등을 주제로 강의를 듣는다.

 해병대 훈련은 원래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교육 전엔 직원들의 불만이 적잖았지만 막상 교육이 끝나자 반응이 달라졌다. 지난해 훈련을 받은 이경수(29) 대리는 “사실 힘들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동료애도 생기고 위기적응 능력도 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호평이 계속되자 올해부터 교육 대상을 과장급 직원으로 확대했다. 앞으로 교육 대상자를 일반 사원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여성 직원도 예외는 없다. 이번에 교육을 받는 여직원은 114명. 지난해에도 교육생 856명 중 199명이 여성이었다.

 다만 체력 등을 고려해 훈련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 김진엽 인력개발팀장은 “지난해 훈련을 받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훈련 후에도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는 등 사내 의사소통 채널이 다양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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