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천년의 꿈, 천년의 반성' 특집

중앙일보

입력

KBS가 지난 1천년의 한국사를 되짚은 '천년의 꿈, 천년의 반성' 을 29, 30일(밤 10시)에 1TV를 통해 방영한다.

'역사스페셜' 팀이 최근 쏟아진 각종 통계.여론조사 자료를 취합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한국사 1천년의 고비가 된 주요 사건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접근 방식이 새롭다. 이른바 '역사 뒤집어 읽기' 를 시도한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인물로 꼽힌 세종대왕이 빠진 것이 대표적 사례. 대신 한국사 1천년 최고의 현명한 선택에서 조선 태종이 셋째충녕대군(세종)을 세자로 결정한 것을 들었다.

장자(長子)였던 양녕을 폐하고 셋째 아들 충녕을 선택, 이후 정치.경제.문화.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조선의 기틀을 다진 세종의 위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최대의 아이러니도 재미있다. 제작진이 제시한 정답은 88년 서울올림픽. 쿠데타로 집권한 5공 정부가 국민단합과 국제홍보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했다.

80년대 후반에 쏟아진 민주화 요구를 진압하고 싶었어도 해외여론을 우려해 '세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수입품은? 여기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고려 광종이 중국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로 수입한 과거제가 꼽혔다. 국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교육열의 출발점이 됐다는 독특한 해석이다.

이 밖의 항목들도 고른 이의 재치가 번득인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묘청의 난 실패. 고려 수도를 개경에서 서경(평양)으로 천도하는 등 북방개척의 의지가 꺾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어난 김일성 사망과 경합.

▶최대의 수수께끼〓왕건의 훈요십조. 호남귀족의 지지로 고려를 세운 왕건이 남쪽 지방을 차별할 이유가 없었다. 신라계통의 현종 때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억울한 인물〓정도전. 조선의 문물을 정비한 개국공신이면서도 태종과 사이가 벌여져 간신.모리배.역적 등으로 몰리며 비명횡사했다.

▶최고의 러브스토리〓황진이와 서경덕. 뭇 남성을 울린 명기 황진이와 청산에 묻혀 이기철학을 집대성한 서경덕의 파격적 사랑은 지금도 애절하다.

▶최고의 스캔들〓어우동. 사대부의 여식으로 중신부터 유생.양인.노비까지 관계를 맺었다. '조선왕조실록' 에도 그의 처리문제를 논의한 기록이 있다.

▶가장 치욕적인 순간〓인조의 삼전도 굴복. 인조가 청 태종에서 무릎을 꿇고 세 번이나 절을 했다. 한일합병도 이보다 치욕적이진 않았다.

▶최고의 패션변화〓단발령. 한복을 벗어던지고 양복으로 갈아입게 됐다. 구둣가게.이발소는 물론 사진관까지 성업하는 등 생활의 혁명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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