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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설승은 기자가 본 안산 동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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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40분 안산 동산고 3학년 교실 복도. 학생들이 복도 신발장 위에 책을 얹어놓고 저마다 문제를 풀기 바쁘다. 이들은 교실을 놔두고 왜 복도에 나와 공부하고 있는 걸까.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 있던 류둥지(동산고 3)양에게 물었다. 류양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실 청소시간엔 복도에 나와 공부한다”며 “시간관리를 중시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게 우리 학교 학생들 분위기”라고 말하고 이내 풀던 문제로 시선을 돌렸다.

동산고는 학업뿐 아니라 동아리·독서·진로교육 등 학생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중시한다. 일련의 활동들이 체계적인 진학지도와 만나 2011학년도에 특목고를 제외한 전국 고교 중 서울대 진학률 1위의 실적을 냈다. [김진원 기자]

자율성 강조하며 동아리·독서교육 중시해

동산고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에 33명을 진학시켰다. 전국 고교 중 서울대 진학 순위 11번째고, 특목고를 제외한 일반고 중에서는 1위다. 주요 대학 진학실적도 좋다. 연세대 49명, 고려대 51명, 서강대 23명, 한양대 126명, 성균관대 50명, 이화여대 35명, 의학계열 10명이 진학했다.

 동산고 학생들은 아침을 ‘가무(歌舞)’로 연다. 오전 8시30분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30분 동안은 학교 전체에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각 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거나, 신시사이저와 기타·탬버린으로 리듬을 넣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며 큰소리로 노래하는 학생들도 많다. 미션스쿨이라 CCM(기독교 정신을 담은 대중음악)을 부르지만 학생들은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신나게 즐긴다. 조다현(동산고 3)양은 “아침을 힘차게 시작하게 해주는 활력소”라며 “종교를 떠나 웃고 노래하며 반 학생들을 단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딘가로 향했다. 학교 곳곳에 있는 동아리방이었다. 이 학교는 90% 이상의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한다. 오케스트라반·로봇동아리·독서동아리·경제동아리 등 64개 동아리가 있다. 3개 학년이 48학급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이것과 연계해 과학·논술·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내대회가 열린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이 경험들은 자연스레 활동경력으로 쌓인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는 등 입시제도에서 체험활동과 교내 동아리 활동이 중시되면서 학생들의 진학실적도 함께 좋아졌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 33명 중 20명이 수시로 진학했다.

 로봇반이 한국 대표로 선발돼 올 4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등 대외 수상실적도 좋다. 오케스트라반 지휘자인 박유진(동산고 2)양은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매일 동아리를 찾아온다”며 “성취감과 함께 음악이 주는 힘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한다”고 말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드럼을 치고 로봇을 조종하던 학생들은 썰물처럼 교실로 빠져나갔다.

 동산고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서 하루 300~400권을 대출해간다. 졸업 전까지 책 50권 읽기를 목표로 하는 동산고는 1학년 때는 일주일에 세 번 도서관에 가 책 읽는 시간을 가질 정도로 독서를 중시한다. 지난해에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32개 반으로 나눠 진로와 연계한 독서활동을 진행했다. 역사·문화·경제·경영·물리·천문 등 교사들이 세분화해 독서반을 열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분야를 선택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담당 교사가 읽을 책을 선정하고 한 달에 1~2권씩 함께 읽는다. 오병훈 인문사회 부장교사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독서 지도와 토론, 글쓰기, 체험학습까지 진행했다”며 “준비한 교사들의 열정만큼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워 올해도 4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산고 교사들이 직접 만든 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3 허정선양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상담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3 학생은 방과후 자율학습에 참여해 오후 10시까지 공부한다. 감독교사가 없어도 떠드는 학생 하나 없단다. 자율학습을 강제하지 않는데도 고3 학생의 70%가 참여한다. 학원을 가거나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일정도 교사들이 관리한다. 경기도 내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 교사들은 주말에 종종 이들의 자취방을 방문한다.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야식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홍은영(동산고 3)양은 “교무실에 일이 없어도 자주 갈 정도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가깝다”며 “담임 선생님뿐 아니라 과목 선생님들과도 자주 상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꿈교육’을 강조한다. 입학할 때 A4용지 4장 분량으로 인생 로드맵을 작성한다. 이를 토대로 월요일에는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게 해 목적의식과 동기를 부여한다. 김종배 교장은 “공부를 강요하는 대신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강조한다”며 “대학 진학실적은 가치 인성교육의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진학상담도 동산고의 큰 강점이다. 고3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진학상담을 받는다.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만든 ‘진학나라’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상담한다. 학생의 기본적인 정보부터 오답 문항의 학급별·개인별 분석과 소단원 단위의 문항 유형 분석 등 모의고사 분석, 그동안의 학생 상담 내역이 담겨 있어 종합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 모의고사는 당일 채점해 바로 오답지를 나눠준다. 이때 교사들이 직접 문항 유형을 분석해 프로그램에 입력한 후 피드백에 반영한다. 3학년 진학부장 문순용 교사는 “누구라도 진학부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3 담임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진학 지도 교육을 해 실력을 갖추게 한다”고 말했다.

 “특목고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간 뒤 300여 개가 넘는 중학교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교육해 괄목할 만한 진학 성과를 낸 비결이 바로 우리 학교의 진학상담 프로그램입니다.”

동산고=지난해부터 경기도 자율형 사립고로 운영됐다. 등록금은 보통 일반고의 2배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생만 갈 수 있다. 학생 수가 많은 탓에 교육과정은 보통 일반고와 거의 비슷하지만, 방과후 수업 같은 선택형 수업이 풍성하다. 내신성적으로 합격생의 1.5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으로 최종 합격생을 가렸다. 한 학년은 720명 내외다.

글=설승은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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