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장사 지현무 '해결사'로 고용돼 폭력 휘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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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난 건설회사 사주의 동생이 투신사 직원에게 50억원을 맡겼다가 떼이자 전직 유명 프로씨름선수 등을 해결사로 고용해 폭력을 휘두르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7일 지난 98년 7월 부도난 성원토건 전직 감사 김성환(37.성북구 동선동)씨의 청탁을 받아 투신사 직원 등을 감금 폭행한 전 백두장사 지현무(27.울산시 중구 반구동)씨 등 4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씨를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 등은 지난달 중순 김씨로 부터 "내돈 50억원을 갖고 달아난 투신사 직원을 붙잡아 돈을 받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난달 26일 중국에서 일시 귀국한 홍모(42.전 H투신 직원.노원구 하계동)씨를 성북구 모 아파트에 20여일간 감금 협박해 9억700만원을 받아낸데 이어 "손모(55.중랑구 망우동)씨 등이 벌인 사기도박판에서 나머지 40여억원을 날렸다"는 홍씨의 말에 손씨를 사흘간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다.

전 성원토건 그룹 김성필(45) 회장의 동생인 김씨는 지난해 홍씨에게 50억원을 맡겨 차명계좌로 관리시켜오다 홍씨가 지난 10월 이 돈을 챙겨 중국으로 달아나자 친구의 씨름 제자인 지씨를 해결사로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씨는 지난 90년 H프로씨름단에 입단, `제2의 이만기'로 불리며 93년 부터 97년까지 4차례 백두장사에 올랐으며 98년 11월 은퇴, 울산에서 사무기기 판매 대리점을 운영해 왔다.

지씨는 경찰에서 "고교때 코치와 친구 사이인 김씨가 `일이 잘 해결되면 성과금을 주겠다'고 말해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홍씨를 상대로 사기 도박판이 있었는지 여부와 김씨가 맡긴 돈 50억원의 출처 등을 조사 중이다.

성원토건은 지난 97년 당시 자본금이 120억원에 불과한데도 현금 900억원을 동원해 한길종금을 인수, 화제를 모았으며 98년 7월 금융감독위원회가 한길종금 부실화의 책임을 물어 오너 일가에 대해 출금조치를 의뢰한 직후 부도를 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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