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지금이 기회" 카다피군 공세 박차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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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친위부대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지난주 수도권 도시 자위야를 함락한데 이어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미스라타에서는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시내 중심부까지 밀고 들어갔으며 주말에는 동부의 석유 수출항 도시 라스 라누프와 브레가를 차례로 차지했다.

또 14일에는 서북부 주와라시를 장악했고 동부지역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에 대한 공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카다피군이 아즈다비야를 빼앗는다면 다음 전선은 반군 지휘부가 있는 제2의 도시 벵가지 일대가 된다.

카다피 부대가 이처럼 몰아치기 공세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가 군사개입에 나서기 전에 반군을 진압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이 카다피 공군 전투기의 공습으로부터 반군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카다피의 차남 세이프 알-이슬람은 지난 10일 반군에 대한 전면 공격을 선언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도 반군에는 불리한 국제적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리비아 사태에 쏠렸던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본을 휩쓴 재앙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카다피 부대의 공세도 한층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다피 세력은 탱크와 장갑차 대포 등 지상군뿐 아니라 전투기 심지어 군함까지 동원해 총공세에 나섰고 사기는 충천하지만 빈약한 화기에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반군 전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반군은 현재 국제사회에 절박하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군의 구심체인 '국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군이 벵가지까지 진격하면 5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심지어 카다피가 축출된 뒤 반군을 돕지 않았던 국가에 대해서는 원유 금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미국조차도 애매한 태도를 보여 리비아 반군의 애를 태우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14일 미국 뉴욕 본부에서 3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지만 리비아 정권의 반군 공습을 차단키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된 어떤 결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비행금지구역을 어떻게 운영하고 누가 책임을 질 지에 대한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금지구역 설정안을 지지한 이들로부터 해답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또한 아직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국방부가 14일 밝혔다.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MSNBC방송에 출연 "이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결정으로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금지구역은 고려중인 옵션에 여전히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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