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은 지금]월마트 아르헨시장서 눈물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미국의 대형 소매점 월마트는 지난 96년 아르헨티나에 첫 점포를 냈다.

당시 월마트는 아르헨티나인들이 변하고 있다는데 우선 주목했다.

점차 캐주얼 옷차림을 즐기고 와인보다 맥주를 더 찾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1외국어로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매장의 품목을 꾸몄다.

아르헨티나인들이 좋아하는 갈비 대신 미국식 '티 본 스테이크'를 갖다놨다.

화장품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화사한 색조 제품을 구비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는 2백20V가 표준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방식대로 1백10V 가전 제품과 장비들을 전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인들은 시큰둥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외에도 월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또 있었다.

이들은 미국인들보다 더 자주 쇼핑을 한다는 점이다. 하찮은 세일에도 사람이 몰려들어 교통 혼잡이 일 정도였다. 매장을 화려하게 꾸몄던 카펫은 금방 닳아 버렸다.

월마트가 스스로 영업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아르헨티나 진출 첫해 꽤 많은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났다.

이익이 나기 시작한 것이 고작해야 1년 전이며, 이미 진출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까르푸 매출의 4분의 1에 그쳤다.

계속되는 실패에 고민하던 월마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동쪽 라플라타에 매장을 개점할 때는 전략을 바꿨다. 복도를 넓게 만들고, 바닥도 카펫 대신 더러움을 덜 타는 타일로 깔았다.

의류 매장에는 큰 사이즈의 옷보다 아르헨티나인들의 체격과 취향을 고려해 작은 사이즈들로 채워 넣었다. 빵가게에는 그들이 많이 먹는 프랑스 빵 크로와상을 대량 공급했다.

월마트는 이런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최근 매출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월마트의 실패담은 해외 시장 진출 때 그 나라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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