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계획 보류 이후 찬 바람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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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상승세를 이어오던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하고 있다. 상승세가 꺾여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재건축 단지들.

재건축 단지들의 약세가 살아나는 듯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을 다시 한산하게 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둘러봤다.

요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매매시장의 상황을 한 마디로 말하면 ‘춘래불사춘’이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올 1월 시세보다 2000만~4000만원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계속 나온다.

강남구청이 신청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에 의해 보류된 이후 시장 분위기가 급랭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9일 제2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강남구청과 주민들이 1년6개월 동안 준비한 지구단위계획안(개포ㆍ도공ㆍ일원동 일원 393만7263㎡에 대한 개포택지개발지구(공동주택) 제1종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심의했다.

그러나 용적률과 층수가 높다는 지적과 함께 소형ㆍ임대 주택을 더 넣으라고 권고하며 변경안 승인을 보류했다.

구청과 조합원들은 법적상한 용적률까지 짓고, 법에 따라 정비계획용적률을 초과하는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겠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더 지으라고 권고했다.

”서울시 권고대로 재건축하면 수익성 악화“

익명을 요구한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시의 권고대로 용적률을 하향조정하면 재건축 수익성은 악화 되게 마련”이라며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을 많이 지으면 고급 단지로서의 매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꼭 통과될 것이란 조합원들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변경안 보류 이후 매매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계속 나온다. 사업이 가장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포주공 1단지의 43㎡형(이하 공급면적) 아파트가 7억8000만원, 50㎡형이 9억2000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온다. 개포주공 4단지 36㎡형은 5억8000만원, 43㎡형이 7억5000만원, 50㎡형은 9억5000만원이 최저가 매물이다.

강남구청에서는 서울시의 수정사항을 반영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조만간 재상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늦어도 다음달 6일에는 재심의를 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합원들의 반발. 서울시에서 권고하는 수준과 조합원들의 기대치 사이에 간격이 너무 커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일부에서는 10년 끌어온 개포지구 재건축이 서울시의 ‘용적률 하향조정 권고’로 또 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불투명한 상황이 매수 기회란 주장도 적지 않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뀜에 따라 실망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지금이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란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조만간 통과될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한다.

급매물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개포지구 아파트의 투자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포동 김상열 공인중개사가 개포주공 1단지 36㎡형(대지지분 46㎡)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재건축 후 평형배정과 부담금
①530가구 중 69가구 83㎡형 배정(배정확률 13%) 부담금 없음
②530가구 중 461가구 109㎡형 배정(배정확률 87%) 부담금 3억7000만원

(2)총투자비용
①83㎡형 배정시 : 6억8000만원(급매가) + 0 (부담금) = 6억8000만원
②109㎡형 배정시 : 6억8000만원(급매가) + 3억7000만원(부담금) = 10억5000만원

(3)주변시세와 단순시세차익
①83㎡형 배정시
주변시세 8억5000만원
단순시세차익 = 8억5000만원 - 6억8000만원 = 1억7000만원
②33평형 배정시
주변시세 13억원
단순시세차익 = 13억원-10억5000만원 = 2억5000만원

물론 이런 예상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확정되면 다소 바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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