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영화계 손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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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와 연극계가 공조를 취한다? 영화 얘기도, 연극 줄거리도 아닌 현실이다. 현실이라면 국내 문화예술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한 세기를 마감해 가는 시점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등을 돌린채 견원지간처럼 눈을 흘겨오던 영화계와 연극계가 손발을 맞추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청소년 보호연령 기준을 19세로 일원화하기 위해 영상 공연물 출입.관람 금지연령을 현행 18세에서 19세로 상향조정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 영화진흥법, 공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본회의로 넘겼기 때문이다.

이를 뒤늦게 안 영화계와 연극계는 서로 손을 덥썩 잡고 공조를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극장과 공연장은 청소년이 가서는 안될 `유해업소'가 아니라, `문화공간'이다.", "국민여론을 무시한 안일한 발상이다.", "새세기를 `문화의 시대'라면서 영상물과 공연분야에 19세 연령을 적용하는 것은 영상.공연산업의 소비자층을 축소시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청소년의 문화욕구를 제약하는 것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란 말이냐."

이들 3개 법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절감한 영화, 연극계는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내며 `여론몰이'에 분주하다.

대학교 1학년생중 상당수가 만18세인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 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학생이 성인영화와 연극을 관람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결코 `강건너 불구경'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상.공연계는 만일 관람연령을 19세로 상향조정하면 영화의 경우 10%, 연극분야는 20%까지 수입이 줄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최종원 회장은 "19세로 상향조정되면 국내 공연문화는 물론 영화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연극.영화계가 합심해 끝까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근 영화인회의 정책위원도 "영화계와 연극계가 공조를 취하고 나선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19세 연령기준 적용은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영상.공연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것인 만큼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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