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희망을 노래하는 김매자 큰 춤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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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희 최승희와 함께 한국의 한과 민족의 혼을 춤으로 표현해 낸 한국 창작춤의 거목 김매자씨의 신작공연이 오는 10일 11일 양일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91년 '무천'공연을 끝으로 해외공연에 주력했던 김씨는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하늘의 눈'이라는 주제로 8년만의 고국무대를 가진다.

작품 '하늘의 눈'은 동북 아시아 굿의 원형에 바탕을 두고 발전시켜 온 김매자의 춤세계인 '춤본Ⅰ.Ⅱ. Ⅲ'을 아우르는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김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굿에 포함된 웃음의 미학을 작품 속에 융화시켜 21세기를 살아갈 우리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늘의 눈'은 '섬광''혼륜''조율'등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섬광'에서 몇겁의 퇴적된 시간, 어둠의 땅에 한순간 빛이 튕겨올라 생명의 숨결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 한 점 빛은 점점 몸을 불려 하늘의 눈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들은 어둠과 침묵과의 대립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이 2장 '혼륜'의 내용이다.

하지만 땅과 하늘의 대립으로 첨철되던 세상은 생명의 기운 넘치는 하늘의 눈이 사람들 속으로 흘러 들어가 하늘과 땅을 하나되게 한다는 '조율'로 마지막을 맺는다.

결국 '하늘의 눈'은 땅위의 인간과 하늘을 연결시켰던 샤만의 기능을 하는 존재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줄기 햇살이 어둠을 물리치듯, 삶 속의 작은 웃음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춤의 원형을 탐구했던 김매자의 춤은 이번 공연을 통해 굿에 포함된 해학미가 가지는 생명과 삶의 밝음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김매자 큰 춤판-하늘의 눈'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시간적 대전환점이자 과거 1천녀간 인류가 추구해 온 가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인식의 전환점에서 한국 창작춤 무대에서의 그가 걸어온 사반세기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이자, 새로운 세기의 한국 무용사의 새장을 여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여러 해외 스텝진과 출연진이 함께 참가해 눈길을 끈다.

일본 전통 악기인 대고 연주를 하는 오쿠라 소노시케나 우츠미 노부히코의 무대미술, 폴란드 출신 유학생 에바 르나제흐스카의 출연은 한국의 춤이 동시대 세계인과 공감되어 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시도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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