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제는 만들어야할 선수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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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대 유니콘스의 강명구 사장은 선수들이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수노조의 설립의 필요성을 논했다는 소문을 듣고 ‘만약 선수노조가 생긴다면 프로야구를 없앨 것이다.’라는 망언을 하여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게 만든 적이 있다.

일개 개인이 한국 프로야구의 존폐를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이 광인(狂人)의 언행이라 치부하더라도 극소수를 제외한 구단 고위 관계자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각 구단 관계자들 대부분은 대외적으로는 선수노조는 아직 시기상조다라고 말하지만 내심 영원히 없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선수노조라는 존재는 연봉인상과 파업 등 구단에게 해만 끼친다는 선입관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구단의 힘이 막강하다 못해 절대적이다. KBO의 규약 대부분을 구단주나 사장들의 담합으로 개정,수정을 하고 있으며 내용은 철저하게 구단의 이익만을 반영시키고 있기에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나 심판을 비롯한 다른 집단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피해를 보고 있다. 구단이든 선수든 어느 한 편만 이익을 본다면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민주주의의 사회에 반(反)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연유로 선수노조의 설립은 당연한 것이다.

선수노조는 구단의 일방적인 지시나 행동으로 인해 예상되는 선수들의 피해를 대화와 협상으로 극소화 시키자는 단체일 뿐 구단을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다.

미국은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피츠버그에서 노조 결성 조짐이 있었으나 구단들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되고 난 후 1951년 노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여 1966년에 메이저리그의 선수노조 즉 선수협회(MLBPA)는 다른 노조와 마찬가지로 구성원(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정식으로 창설되었다.

물론 선수들과 구단들은 1971년부터 8차례의 파업이 있는 등 극심한 대립의 모습도 보여왔지만 쌍방이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등 선수노조는 구단 위에 존재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으며 거의 동등한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가지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공생공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9월 13일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최동원이 주축이 되어 200 명에 가까운 현역 선수들이 모여 ‘선수회’ 라는 조직을 만들어 연금제도를 위시한 여러 가지의 선수권익 보호를 위한 세칙까지 마련하였다.

그러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구단 대표들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선수회에 가입한 선수들과는 계약을 하지 않겠다. 그래도 선수회가 발족을 한다면 프로야구를 없애겠다.’는 등 상식이하의 협박과 제지로 끝내 무산되었다.

그 당시 구단들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적자 투성이의 구단 살림에 선수노조의 등장은 더욱 더 어렵게 만들며 또한 파업을 하게 된다면 프로야구는 혼란에 빠져 없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결성을 무마시켜 비켜나갔으나 이제는 선수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팬들에게 그들의 주장은 거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선수노조가 파업만을 의미하며 또한 몇몇 힘있는 선수들의 터무니 없는 연봉인상의 도구로만 전락이 된다면 필자가 먼저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 사이에서의 선수노조에 대한 생각은 그렇지 않다.

현재 구단들이 외면하고 있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다수의 2군 선수들과 부상으로 인해 언제 그라운드를 떠날 지 모르는 선수들의 복리후생을 위해서라도 모든 선수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어긋나고 있는 구단만을 위한 일방적인 시스템 하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동등한 위치를 보장 받기 위해서 선수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선수들 역시 선수노조를 통해 자신들만의 이익을 내세우기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우선함으로 해서 구단과 팬들에게도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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