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적, 스트레스 예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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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제 막 고3에 올라온 수험생을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이라는 스트레스. 스트레스 때문에 수험생이 흔히 겪는 이상증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증상은 달라도 원인은 스트레스
 
 #1 김슬기(18·가명)양은 고3이 되자 눈이 아프기 시작했다. 피로 때문인 줄 알았는데 통증이 계속됐다. 안과와 내과를 찾아갔지만 별 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점점 더 심해졌다.

 #2 정우진(19·가명)군은 지난해 3월 모의고사를 보러 가는 중에 “배추 사세요”라는 상인의 말을 들었다. 시험이 시작됐지만 우진군의 귀 속에서는 그 말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울렸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졌다. 결국 시험을 도중에 포기해야 했다.

 #3 재수생인 이미소(19·가명)양은 고3이던 지난해 한 해 동안 20kg 넘게 체중이 늘었다. 뱃살이 겹쳐 앉아있기도 불편했다. 하지만 식욕을 억제할 수 없었다. 최근엔 아예 폭식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 밤 10시가 되면 햄버거·피자·치킨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웠다.

 마음누리정신과의원 정찬호 원장은 “이 세가지 증상은 각각 다르지만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이상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은 심인성질환(심리적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라 안과에선 질환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군은 강박장애였다. 대표적인 불안증상 중 하나로 완벽주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옆사람이 다리를 떠는 모습이 신경 쓰여 시험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어떤 물건의 위치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양은 우울증에 의한 폭식증이다. 정 원장은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식욕·수면욕·집중력이 떨어지는데, 특히 여학생의 경우 폭식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극복 열쇠

 인천 숭덕여고 유성호 교사는 “3월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야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능은 장기전이므로 3월부터 체력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교사는 선배들의 조언이 스트레스 해소에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 3~5월에 졸업생들과 고3 학생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후배들에게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모두에게 있고,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하죠. 고3 학생들은 ‘나만 잘못된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나도 저 선배처럼 이겨낼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는 거죠.”

 숭덕여고를 졸업한 김한울(19·한동대)씨도 선배들의 도움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천식과 아토피가 고3이 되자 더 심해졌어요. 기침이 심해서 보건실에서 쉬다 집에 간 적도 많아요. 몸이 자꾸 간지럽고 기침이 심해지니까 마음도 지쳤어요. 스트레스도 심해졌죠. 그때 졸업생 선배가 제가 가고 싶은 학교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고,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해줬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스트레스도 별 거 아니던데요.”

적극적으로 스트레스와 마주하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수험생이 스트레스를 받는 현상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다. 평소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신욕이나 족욕으로 심신을 편안히 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생활로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정 원장은 “약보다는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침밥은 반드시 먹어야 오전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누면서 입시에 대해 잠시 잊고 머릿속을 재정비할 수 있다. 머리를 식히고 공부하면 집중력이 올라간다. 정 원장은 “쉬는 시간에도 입시를 걱정하는 학생이 오히려 성적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더불어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 운동하기 어렵다면 등·하교 때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약하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모의 칭찬으로도 이겨낼 수 있다. 불면증은 저녁에 우유를 마시거나, 자기 전 30분 반신욕으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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