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활성화대책 어떤 내용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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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도 본격적인 '자기책임' 시대가 성큼 다가오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6일 내놓은 금융시장 활성화대책은 채권투자를 안정.투기성에 따라 다양하게 갈라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금융시장쪽에서 보면 내년 7월 전면 시가평가제를 앞두고 대우 등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유통시킬 숨통을 틔워준다는 의미가 크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투자 종류가 투자적격.준투자적격.준투기.투기펀드 등 크게 4종류로 다양화됨에 따라 고수익이냐, 안정성이냐를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은행신탁도 주식투자가 기존의 30%에서 50%까지 가능해져 투자자들로선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 투자선택의 폭이 넓어진다〓위험은 더 커진 대신 더 높은 수익을 겨냥할 수 있는 '만기단축 하이일드펀드' 와 '후순위담보채펀드' 가 새로 나온다.

만기단축 하이일드펀드는 기존 하이일드펀드처럼 ▶BB+이하 채권과 B+이하 기업어음(CP)에 50% 이상을 투자하고▶주식은 30% 이하로 운용하며▶이자소득세를 현행 22%의 절반인 11%로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에 대한 5% 원본보전이 없는 대신 만기가 6개월로 짧고 6개월내에도 수수료만 내면 중도환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후순위 담보채펀드(일명 정크본드)는 부실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담보부채권(CBO)에도 투자가 가능한 그야말로 '고수익 고위험' 펀드다. CBO에 투자하는 만큼 기대 수익률은 하이일드펀드에 비해 최소 3~5%가량 높지만 대신 채권발행회사의 부도 등 원본손실 우려도 그만큼 높다.

◇ 은행에도 퇴직신탁 허용〓퇴직보험은 기존 종업원퇴직적립보험(종퇴보험)의 경우 경영진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유용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경영진의 이같은 월권행위를 전면 금지시키고 종업원의 퇴직금을 확실히 보장해주도록 한 새 상품으로 지금은 보험사에만 허용돼 있다.

내년 3월부터 은행에도 퇴직보험이 허용되면 보험사들은 보험기능을 갖고 확정 수익률을 내주는 상품으로 특화하고 은행은 보험기능은 없되 신탁운용 성과에 따라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주는 쪽으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별로는 물론 근로자 개인별로 나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뒤에야 은행에 퇴직보험을 허용해 줄 것" 이라며 퇴직보험은 어떤 경우에도 원본보전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기존 종퇴보험은 내년 10월말까지 모두 퇴직보험으로 전환토록 돼있으며 16조원의 종퇴보험중 현재 퇴직보험으로 전환된 것은 약 2조원 정도. 최근 신탁상품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은행들로선 은행신탁으로 자금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 은행신탁도 다양해진다〓현재 30%인 주식편입 비율이 내년부터는 50%로 늘어난다. 만기가 확정된 단위형 신탁상품뿐 아니라 중도환매가 가능한 추가형도 자유롭게 만들어 팔 수 있다.

6개월 이하 단기상품은 이번에 허용이 안됐지만 이 정도면 투신사 수익증권과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은행은 항상 예금보다 금리가 높게 마련인 대출을 30%까지 신탁상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투신권 수익증권보다 수익률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 개인연금.노후신탁.근로자퇴직 적립신탁 등은 시가평가 예외〓내년 7월 전면 시가평가제를 실시하더라도 기존의 은행 적립식 신탁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은 개인연금신탁 등은 5년 이상 장기 적립식 상품인 만큼 기존 고객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시가평가제에 예외규정을 만들어 장부가로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내년 7월 이후 신규 가입고객은 시가평가제 적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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