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다시 보기]연극계

중앙일보

입력

IMF체제가 본격화 되며 '그야말로' 물심(物心) 양면이 뿌리째 흔들린 한해. 기존의 것들이 깡그리 무너지고 있는 폐허에서 새로운 천년을 열어보자는 의지와 희망이 교차했던 1999년.

우리의 문화.예술계는 이 세기의 교차로에서 무엇을 정리하고 준비했는지 분야별로 한해를 결산해 본다.

올해 연극계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IMF쇼크가 전 사회에 미쳤던 지난해보다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

창작극이든 번역극이든 초연작 가운데 내세울 만한 성공작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히트작이 없었던 만큼 새롭게 떠오른 스타도 없었다.

▶최다 관객 동원 작품〓뮤지컬 '명성황후' (에이콤 제작) . 지난 3월과 10월에 각각 24회씩 공연해 7만여명(초대 1만여명) 을 끌어들여 21억2천6백만원의 순수 입장수익을 올렸다.

▶최다 제작비 투입작품〓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바리' .1월 9~16일 ?회 공연에 예산 8억5천만원 투입.

▶화제작〓극단 유의 '철안붓다'와 서울예술단의'태풍' .조광화 작.연출의 '철안붓다'는 인간복제라는 주제를 불교사상과 연결한 '독특한' 소재로, 이윤택 각색.연출의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에딘버러 진출〓 '난타'. 대사 없이 타악 리듬과 몸동작 만으로 진행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시장인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부문에 초청됐다.이 부문은 공식 초청작과는 별도로 실험성과 가능성이 두드러진 작품을 초청한다.

▶일본연극 홍수〓 '불타는 바다', '호기우타', '도쿄노트' 등 현대물과 '노가쿠' 등 전통물을 일본배우가 일본어로 공연.

▶연극 밖으로 눈 돌린 스타들〓손숙씨는 비록 한달 만에 낙마하고 말았지만 연극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입각(환경부 장관)했고, 윤석화씨는 공연예술전문지 '객석'을 인수해 본격 사업가로 나설 발판을 마련.

▶고전 다시 보기〓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춘향전' 등 고전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잇따랐다. '햄릿'의 경우 '햄릿 1999', '햄릿 프로젝트' '록 햄릿', '미친 햄릿' 등 다양한 형식의 재해석이 이뤄졌고 '춘향전'은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을까', '변학도뎐' 등 변학도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

▶극단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공연〓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여성극의 본거지로 명성을 날린 산울림의 대표작을 시리즈로 공연했다.

▶서울연극제 성격 변화〓경연제로 펼쳐졌던 서울연극제가 올해부터 시상제도를 없애고 페스티벌로 바뀌었다.

▶극심한 침체〓IMF한파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예년에 강세를 보였던 뮤지컬마저도 재공연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