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성탐사선 개발 주역 박영호 박사

중앙일보

입력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화성남극탐사선(Mars Polar Lander)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지난 1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를 이륙, 11개월간의 우주비행을마치고 3일(한국시간 4일) 화성에 착륙하는 화성남극탐사선의 각종 측정기 프로그램책임자로 활약한 한국 출신 과학자 박영호(53) 박사의 얘기다.

다음은 일문일답.

--화성탐사선의 이번 임무는.

▲두가지다. 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화성의 기후 역사(histoty)를 파악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탐사선의 로봇 팔과 쌍둥이 소형탐사선 `딥 페이스(Deep Space) 2''를 이용해 화성의 토양 및 암석 샘플을 채취한 뒤 섭씨 1천도의 열을 가해 레이저 스펙트럼으로 수증기나 탄산가스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기체가 나오면 얼음조각(물)이 있다는 증거고 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

--물을 발견할 확률은.

▲현재로서는 몇 %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일련의 탐사과정을 통해 물의 존재여부가 확인될 것이다.

--착륙지점을 남극으로 정한 이유는.

▲화성 표면 사진 분석 결과 큰 강과 연못 흔적이 있엇던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화성의 중력이 지구보다 작아 물은 다 날아가버렸다. 그렇지만 남극 근처 땅속에는 1년 내내 얼어 있는 얼음덩어리 퍼머 프로스트(perma frost)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로봇팔은 어떻게 작동되나.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소재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탐사선의 착륙등 제반사항을 총괄한다. 착륙후 로봇팔 등 측정장비는 이를 개발한 UCLA(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팀이 통제하게 된다.

탐사선을 제작한 록히드 마틴사 역시 본체와안테나 등 장착장비에 관한 조정기능을 갖고 있다. JPL 중앙통제본부는 록히드 마틴사와 UCLA로부터 받은 정보를 분석,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게 된다.

나사 이외의장소에서 탐사선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화성기후 역사(histoty)란.

▲화성 남극 가까이 가게 되면 땅 속 깊이에 따라 다른 토양이 존재할 것으로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토양들을 분석하면 화성에서 어떤 기후변화가 있었는지를파악할 수 있다.

--딥 스페이스란 무엇인가.

▲딥 스페이스란 달보다 멀리 가는 우주선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 실험하는 프로젝트로 딥 스페이스 1은 3-4년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수만개의 소행성(Asteroid, 반경 1-10㎞) 중 하나에 근접, 사진을 찍은 바 있다. 딥 스페이스 2는 화성 땅속 1m 아래로 파고 들어가 나사 중앙통제본부의 지시에 따라 토양을 채취하고물 성분을 분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우주기술개발용임을 강조하기 위해 딥스페이스란 용어 대신 스페이스 테크놀러지(Space Technology)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나사는 "더 빨리(faster), 더 좋게(better), 더 싸게(cheaper)"라는 기치 아래 우주항공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화성의 소리''란 무엇인가.

▲JPL 은퇴자들로 구성된 `행성연구협회''라는 민간단체가 제의한 것으로 이번본 임무와는 별개다. 화성에는 공기가 있으나 대기량이 지구의 10분1밖에 안되기 때문에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것이다. 탐사선의 작동소리나 로봇팔이 땅을 긁는 소리 등이 들리지 모르겠다.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용 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지난 9월 화성기후 탐사위성의 대기권 진입 실패이후 이번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지난 한달여 동안 JPL과 UCLA 사이언스 오퍼레이션센터를 오가며 탐사선에 장착된 토양분석기, 로봇팔, 카메라, 기후.온도.바람 측정기 등 각종 계측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자로 일해 왔다.

--나사는 이번 화성탐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사활을 걸었다. 그래서 지난 1월 탐사선 발사후 손을 뗐던 JPL의 화성물질-기후측정기구(MVACS) 계측기 프로그램 책임자로 다시 참여하게 됐다. 과학자들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와 전문인력을 구해주고 자금을 지원했다.

NASA 직원들은 이번사업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일했다. 이번 화성탐사선은 지난 9월 실패한 기후측정위성을 만든 같은 팀이 제작했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2003년 발사 예정인 유로파 위성, 2004년 명왕성 탐사, 2007년 태양풍연구 탐사 우주선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의 우주개발 참여 가능성은.

▲한국이 과학위성과 통신위성 발사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몇년 안에NASA는 물론 다른 나라들과 함께 우주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JPL에는 현재 20-30명의 한국출신 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다.

박 박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후 지난 70년 도미, 메릴랜드대에서 위성통신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엔지니어링업체인 벤딕스사를 거쳐 79년부터 나사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96년 발사된 토성탐사선(2004년 도착예정) 개발에도 참여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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