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코치’ 엄마 3만 명이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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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 개수만 3600개가 넘은 ‘난수표 대입’을 치르며 고통을 겪는 엄마들이 대입정보 공유 운동에 나섰다. 입시를 치른 엄마들이 스스로 체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인터넷카페에 올려 고3 엄마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엄마들 스스로 입시 정보 품앗이를 하는 것이다. <관계기사 6면>

  3만 명이 가입한 네이버카페 ‘국자인(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 cafe.naver.com/athensga)’의 이미애(49) 대표와 엄마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자인의 모토는 ‘정보는 공유하고 배워서 남 주자’이다. 2년 전 아들을 연세대에 보낸 이씨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엄마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보를 나눠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래서 국자인은 3만 명이 각자 정보를 올려야만 회원자격이 유지된다.

국자인 카페 에선 대입을 치른 엄마 10여 명이 ‘드림 코디네이터’로 나서 온라인 입시 상담을 해준다. 코디로 나선 엄마들이 3~4시간씩 고민한 끝에 달아주는 답글은 사설 컨설팅업체 못지않게 전문적이다. 올해 고3 엄마가 된 김지연(44)씨는 “입시 종류가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컨설팅업체를 찾을 필요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국자인은 지난달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중·고생 엄마를 위한 사무실도 열었다. 학원가를 전전하는 엄마들이 ‘알짜 입시정보’를 주고받을 사랑방을 만든 것이다. 이씨와 올해 딸을 이화여대에 보낸 권희숙(44)씨 등 ‘고3 엄마’를 졸업한 7명은 이곳에서 번갈아 상주하며 올해 고3 엄마들에게 대입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엄마들에게 대학별 입시요강 분석 방법을 알려주고 시기별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설명해 준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해 진로에 맞는 비교과 활동 정보도 모아놓고 있다. 권씨는 “지난해 복잡한 입시요강을 보고 너무 막막했었다”며 “고 3 엄마의 심정을 잘 알기에 봉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10여 명도 돕기에 나섰다. 엄마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입시요강 분석 등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국자인 회원 100여 명에게 특강을 한 서울 휘문고 신동원 교사는 “자식을 다 같이 대학에 잘 보내자는 엄마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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