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1년간 싸움 끝에 승리한 마이크박 부부가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를 뒤바꾼 한인이 있다. 스몰클레임(소액재판)에 걸려 들며 억울하게 누명을 썼지만 포기하지 않고 항소심까지 갔다. 상대가 형사법 변호사여서 힘들기도 했지만 보기좋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코리안파워, 마이크박을 만났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까지 걸린 1년의 싸움을 들여다본다.

#사건의 전말

지난 2010년 7월. 마이크 박씨는 황당한 소장을 받았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한 스몰클레임 소장이 집으로 날아온 것. 상대방은 약 한달 전 주차장에서 만났던 한 백인이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 박씨 옆차의 차 문이 세게 날아와 박씨의 차 옆을 찍었다. 하지만 소장의 내용은 박씨가 상대방 차를 발로 차고 긁었다는 것. 게다가 상대 차의 주인은 형사법 전문 변호사였다. 그는 직접 소장을 만들어 클레임을 걸었다.

-스몰클레임에서 지고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정의는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형사법 전문 변호사라는 것을 알고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싶었죠. 저런 사람이 변호사를 계속 한다면 저같은 피해자가 계속 나올테니까요. 평소 제 성격이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에요. 보통 세탁소같은 업종은 남의 물건을 취급하니까 스몰클레임의 타겟이 되기가 싶지만 저는 세탁소를 20여년간 운영하면서 한번도 스몰클레임에 걸린 적도 없었습니다. 첫 재판에서 진실이 항상 승리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고 나니 허무하더군요. 미국의 법과 법정에 실망감이 컸습니다. 이 땅에서 소수민족이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좌절스럽기도 했구요."

-좀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수 있는데?

"사실 스몰클레임으로 소송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세탁업을 하지만 동종업계에서 억울하게 스몰클레임을 당해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주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변호사 선임비만 시간당 시간당 500불 정도되는데 항소심 몇시간 하면 그돈이 그돈이거든요. 몰라서 당하는게 너무 많은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끝이 보이지않는 싸움

-항소심을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텐데요.

"정말 7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법을 전혀 몰랐으니까요. 마지막에는 부인이 당시 주차장 직원을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마침 자메이카로 휴가를 간겁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원고의 기록을 뽑아보니 스몰클레임 꾼 이더라구요. 소송 건수만 30건 이상이더군요. 밴나이스 웨스트LA 베벌리힐스 다운타운 등 갖가지 스몰클레임 소송으로 보상금을 받았더라구요.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법지식을 악용하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에 '가만두면 안되겠구나'했습니다."

-소송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뭡니까.

"맨처음 스몰클레임 갔을때 너무 차별을 당했어요. 원고가 '나는 변호사다'라고 얘기하며 나오니까 커미셔너 태도를 확 돌변해 그 쪽 얘기만 듣더군요. 순식간에 저는 범죄자 취급을 받았구요. '나는 안했다'고 사실을 얘기했지만 원고가 부풀려서 가져온 바디샵 견적서만 본거죠.

#승리 그 짜릿함에 대하여

-마크 웨커라는 변호사가 무료로 변호를 해줬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항소심에 저희끼리만 가려고 정말 모의 재판도 수십번 하며 연습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항소심 전날 마크웨커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게됐는데 자초지종을 들은 그가 '같은 변호사로서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직접 무료로 변호를 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첫번째 재판에서 '미국은 법도 정의도 죽은 나라라고 느꼈는데 마크 웨커는 '아 정의라는 게 있긴 있구나'하는 생각을 저희에게 심어준 사람입니다.

-이번 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항소심 다음날 법원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가슴이 떨려서 한참동안 그 편지를 열어보지 못했어요

7개월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편지를 열어보고 느꼈던 그 환희와 기쁨은 말로 다 표현 못하죠.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뻤습니다. 몇백반불짜리 소송도 아니었고 보상금을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액수를 떠나서 억울함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저희 부부에게는 전율이었죠"

마크 웨커 변호사가 알려주는 스몰클레임 10계명

1. 통보 받자마자 자료 수집 할 것.
2. 준비없이 무작정 법원에 찾아가지 말것.
3. 상대방 기록을 법원에서 조회해 출력할 것.
4. 증인은 무조건 확보 할 것.
5. 상대방 증거물을 꼼꼼히 검토할 것.
6. 질문은 다 써서 준비해갈 것.
7. 만일을 위해 통역을 준비할 것.
8. 주변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할 것.
9. 서슴치않고 물어볼 것.
10. 무료 법률서비스 세미나 등을 이용할 것.

황주영 기자 sonojune@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