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 불길 집값으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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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서울 봉천동의 76㎡(공급면적)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34)씨는 요즘 고민을 안고 산다. 집주인인 계약 갱신(4월) 때 전셋값을 4000만원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이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김씨는 찍어둔 아파트값이 최근 두달새 2000만원이나 뛴 사실에 맥이 빠졌다. 김씨는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셋집을 구할지, 아니면 조금 더 싼 아파트를 사야 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세난에서도 떨어지기만 하던 집값이 올 들어 반등하고 있다. 전세 불길은 미처 잡지도 못한 판에 불은 어느덧 집값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전세난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35% 올랐다. 매매값도 올 초부터 8주 연속 상승해 두 달간 0.44% 뛰었다. 수도권 전체로는 전셋값 3.4%, 매매값 0.52% 각각 상승했다. 아직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중소형(전용 84㎡이하)을 중심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아파트값 중소형 중심으로 8주째 상승

지난해까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탈동조화)현상이 뚜렷했다. 지난 한햇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4% 올랐지만 집값은 2.2% 떨어졌다(국민은행 통계).

집값 안정에만 매달리던 정부는 올 들어 부랴부랴 두 차례 전세대책을 내놨다.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전세대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세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집값까지 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년여간의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중소형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매매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이성국 공인중개사는 “소형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1억3000만원선이던 종암동 종암1차 SK뷰 80㎡형(분양면적) 전셋값이 최근 1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집값도 같은 기간 2억5000만원에서 2억7000만~2억8000만원으로 덩달아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먼저 진정시키지 못하면 매매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전세 수요를 매매로 분산시키려하거나 전세대출금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오히려 주택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임대시장 구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당장 집값이 큰 폭으로 뛰지는 않겠지만 서민들이 찾는 중소형주택이 계속 오르는 게 걱정"”이라며 “정부는 원룸 크기 이상의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임대주택의 수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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