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다피 재산 동결…리비아 주재 대사관도 폐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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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호 04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앞으로 취해질 대리비아 제재 조치에는 모든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국가 지도자로서 카다피의 정통성은 전무(제로) 상태”라며 “리비아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또 리비아와의 군사교류를 중단한다고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카다피와의 결별 수순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에는 한때 반미 지도자의 대표 격이었던 카다피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단념시키면서 관계 개선에 착수했었다. 2004년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이 트리폴리를 방문해 카다피와 회담하기도 했다.

‘카다피 사망 선고’ 내린 국제사회

리비아 유혈사태 초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그동안 리비아에 묶여 있던 미국인들의 철수가 완료됨에 따라 인질로 억류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날 트리폴리 주재 미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교민 철수를 완료시킨 일본도 대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인접국인 튀니지 대사관으로 이동시켰다. 미국과 일본의 대사관 폐쇄는 외교관들의 안전을 고려한 일시적 조치로 국교 단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25일 브뤼셀에서 대사급 북대서양이사회(NAC)를 긴급 소집한 뒤 성명을 통해 “NAC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취할 군사 조치를 국제 기구들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위임이 있을 경우 나토가 군사적으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나토가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 친(親)카다피 군부가 시위대를 제압하고자 전폭기를 띄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토는 동부 지중해 초계활동에 필요한 해군 기지를 상설적으로 운용하는 등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피의 금요일’을 예고한 25일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카다피의 친위대가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서면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기관총과 고사포로 무장한 친위대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 군중에게 총기를 난사해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트리폴리 중심부 녹색광장에서는 금요 기도회를 마친 군중이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트리폴리 일부 지역은 이미 반정부 시위대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26일 “사실상 카다피가 더 이상 리비아의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고 ANSA 통신이 보도했다. 카다피와의 관계가 돈독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리비아인들이 민주주의에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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