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EU FTA 번역 오류는 나사 빠진 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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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회창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5일 외교통상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 협정문의 번역 오류를 그대로 둔 채 국회 비준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나사 빠진 짓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열린 당 5역회의에서다. 이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권력 누수’는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힘 빠지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스러운 것은 힘 빠지기와 기강 해이, 즉 나사 빠지기도 같이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는 한·EU FTA에 규정된 품목별 원산지 기준 가운데 완구류 및 왁스류가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한 ‘역외산 재료 허용비율’을 영문본 협정문에는 50%, 국문본엔 각각 40%·20%로 번역했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당 중요당직자회의에서 이 같은 번역 오류의 방치와 관련해 “큰일이 벌어졌는데 아직까지 그 누구도 보고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반드시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 정부에 대해 굉장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문제가 된 협정문 번역본을 수정해 다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 동의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남 위원장은 한·EU FTA 비준 동의안 처리 일정과 관련해선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예정대로 다음 달 3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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