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본고장 뉴욕을 뚫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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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 합작법인을 설립한 피터 프란 대표(사진 왼쪽)와 정영균 대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건축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건축설계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에 한국 업체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국내 최대 설계업체인 희림건축이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프란(75)과 손잡고 뉴욕에 현지법인 피터프란플러스에이치(PETERPRAN+H)를 최근 설립했다. 합작법인 설립을 마치고 귀국해 24일 오전 프란 대표와 함께 기자를 만난 희림의 정영균(49) 대표는 “프란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세계적인 설계회사들이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며 “뉴욕 법인을 교두보 삼아 미국·유럽·남미의 설계 프로젝트 수주를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희림은 지난해 필리핀·베트남 등에서 368억원어치의 설계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회사는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올렸으나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아직 뚫지 못했다.

 정 대표는 “세계 건축설계 시장에는 아시아 업체가 넘기 어려운 높은 벽이 있다”며 “뉴욕 법인 설립으로 이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 법인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설계비를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익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국내 설계업체의 수익률은 10% 정도인 반면 미국 설계회사는 20% 이상이다.

  공동 대표인 프란 대표는 미국의 유명 건축디자인 회사 NBBJ에서 15년간 디자인 총괄 본부장을 지낸 스타 건축가다. 텔레노르라는 노르웨이 최대 이동통신회사 사옥이 대표작이며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타워도 그의 작품이다. 정 대표는 “프란 대표는 이름이 곧 상표가 될 정도로 유명한 건축가”라며 “합작법인 이름에 피터프란을 쓴 것도 그의 인지도를 수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 대표는 한국 건축가들의 스피드와 열정에 반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건축설계 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이고 일하는 속도는 전 세계에서 한국 업체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일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 역시 세계 최고여서 희림을 파트너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주처에서 스피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공기를 줄이면 공사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인데 스피드가 강점인 한국 업체로서는 수주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합작법인에서 프란 대표는 디자인 부문을 맡고 정 대표는 경영을 담당한다. 정 대표는 “대형 프로젝트를 뉴욕법인과 희림이 공동으로 수주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업무를 나눠 진행하게 된다”며 “뉴욕법인에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명 건축가들이 속속 합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란 대표는 “가까운 시일에 미국 맨해튼에 희림과 함께 디자인한 건물이 들어서는 게 꿈”이라며 “희림이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설계 파트는 건설업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적 분야다. 자재나 재료 값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해외 건설 시장에서도 외화가득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설계기술의 수출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뉴욕 법인을 희림의 세계 프로젝트 설계본부로 삼아 2015년까지 세계 5위권의 회사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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