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집트에 화들짝, 북한 폭동진압기동대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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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최근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폭동진압용 특수기동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운동에다 북한 전역에서 발생하는 군인과 주민의 생계형 저항에 대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군과 보안부를 주축으로 내부통제를 하는 북한이 진압기동대를 별도로 창설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내부 모니터링망을 운영중인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이 소식통은 "이달 초 장군님(김정일) 친필 지시에 따라 각 지역 인민보안국(지방경찰청)마다 100여명 규모의 '폭동진압 특수기동대'를 조직해 폭동요소 색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동대는 장마당과 같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을 집중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사람에 대한 검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이 이집트 등에서 벌어지는 반독재 민주화시위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특수기동대 창설을 지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높은 경각성을 갖고 어떤 사태에도 즉시에 대처할 만단의(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전 지역에서 좋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면 그 어떤 대상, 지역을 가리지 말고 제때에 무자비하게 소탕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특수기동대는 만에 하나 발생할 지 모르는 소요에 대비하고 잠재적 반체제 세력에 대한 '사전 경고성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기동대는 보안원(경찰) 가운데서도 우수 요원으로 분류된 사람으로 구성됐다. 함경북도 인민보안국의 경우 관내 우수 보안원(경찰)을 특별 선발했고, 여기에 보안원 양성기관인 '함경북도 인민보안국 정치대학'(2년제) 졸업반 학생도 일부 편입시켰다. 실무경험이 적은 정치대학 학생을 뽑은 이유는 뇌물이나 인맥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 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소식통은 "사람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애굽(이집트)과 리비아의 폭동 소식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두들 입 조심, 행동 조심에 신경쓰는 터라 아직까지 기동타격대가 특별한 실적을 올린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기동대의 발족이 오히려 중동 지역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효를 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는 '폭동' '진압' '기동대'와 같은 단어부터가 매우 특별하게 인식된다"며 "국가적으로 워낙 많은 검열 기관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넘겼던 사람들도 특수기동대의 활동 목적이 '폭동 진압'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국가적으로 폭동이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면 외국의 폭동 상황이 보통은 넘나 보다"라며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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