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음악여행' 이유있는 인기 추락

중앙일보

입력

90년대 음악계 최고의 히트상품인 '금난새와 함께 하는 음악여행'의 인기는 2000년대에도 계속될 것인가.

금씨는 94년부터 5년간 예술의전당 주최 청소년음악회에서 해설을 곁들인 지휘를 선보여 클래식계의 간판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부터는 뉴서울필하모닉.세종문화회관의 '금난새와 함께 하는 오페라여행', 예술의전당의 '베토벤과 친구들' 시리즈까지 맡아 서울 무대에서만도 거의 매월 세차례나 무대에 서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오페라 여행'의 유료관객은 지난해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방학 특수(特需)로 전석매진이 예상됐던 7월 공연도 유료관객 점유율이 지난해 8월(78%)에 비해 절반 가량(38%)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계속 적자(11월은 1천5백만원)를 보아온 뉴서울필하모닉측은 오는 12월 29일로 예정돼 있던 마지막 공연을 취소했고 내년의 '여행'계획을 아예 없앴다.

'베토벤과 친구들'도 수원(97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98년)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올해 콘서트홀로 옮긴 후 유료관객이 20%이하에 머물렀고 여름방학(7월)에도 53%에 그쳤다.

◇ 원인과 문제점〓지금까지 '금난새의 음악여행'이 가족동반의 상설공연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클래식의 저변확대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객 확보에 부진을 보이는 것은 기획사.공연장.오케스트라들이 앞다투어 금씨를 간판스타로 내세운 기획 시리즈를 만든 결과 내용이 비슷한 '여행상품'이 늘어나면서 청중이 분산됐고 금씨가 출연하는 공연회수가 지나치게 많다보니 프로그램 준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씨는 최근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를 사임한 후 유라시언체임버오케스트라를 창단, 서울과 지방 무대는 물론 농구대잔치 개막식에도 출연하는 등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음악여행'은 1년짜리 기획 시리즈임에도 연주곡목.협연자를 공연 한달전에 공연장.오케스트라.기획사에 통보해주는 등 공연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미흡했다.

97년부터 3년간 '청소년음악회'에서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등 6곡이 두차례씩 연주되었고 수원.서울에서 3년째 계속해온 베토벤 시리즈도 내년 포스코빌딩 로비에서 계속할 예정이어서 레퍼토리의 중복감마저 든다.

금씨의 해설이 음악을 음악 외적인 내용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음악적 상상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된다는 비판도 있다. 2~3회만 들으면 비슷비슷한 해설이라는 것. 클래식 초심자에게는 부담없는 공연일지 모르나 감상의 수준을 높여가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대책〓음악입문을 위한 '교재'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것 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예술의전당측은 '테마음악여행', '세계의 음악여행', '심포니여행', '악기여행' 등 매년 포맷을 바꿔오면서 5년째를 맞은 청소년음악회의 '가이드'를 내년부터 교체할 것을 검토 중이나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다.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휘자로 금난새 만한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층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관객층이 두터운 것이 금난새의 장점이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기획력, 청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쉬운 해설, 독특한 무대매너 면에서 금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한 명의 지휘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지휘와 해설을 분리하더라도 음악도 제대로 알고 말도 잘하는 유명 스타를 찾기란 어렵다.

따라서 무대 위에서 들려주는 지휘자의 막간 해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음악회에 오기 전 읽어볼 1년치 '교재'와 함께 추천음반 목록을 나눠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지휘와 해설을 분리하고 전문 해설자의 출연 등으로 '여행'에 대한 호감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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