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한씨, 진술 바꾸겠다 말해” … 한만호씨 “깊은 얘기 할 관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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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명숙(67) 전 국무총리에게 9억원의 정치자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50·수감 중)씨가 재판을 앞두고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겠다”고 말했다는 서울구치소 수감 동료의 증언이 나왔다.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돈도 준 적이 없다”고 진술을 바꾼 이유는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검찰에 대해 서운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 7차 재판에서다.

 한씨와 서울구치소에서 같이 수감 생활을 했던 김모씨는 이날 “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기로 결심하고 말을 맞추기 위해 내게도 위증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한씨가 “5억원은 교회 공사 수주에 썼다고 둘러댈 수 있으니 나머지 4억원은 당신이 빌린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씨가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는데 검찰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 가석방을 시켜주지 않았다’며 서운해했다”고 했다. 한씨가 “내가 도마뱀 꼬리 자르는 걸 보여주겠어. 내가 돈을 준 사람이니까 나만 증언 번복하면 꼬리(주변 증언)만 있고 몸뚱이(돈 준 당사자)가 없기 때문에 무죄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씨가 ‘9억원은 대가성 있는 돈’이라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고 나서 약발이 먹혔다. 메이저 건설업체 회장이 지역 건설업자인 나를 만나줬고 시행 사업도 땄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씨와 대질한 한씨는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김씨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이런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김씨에게 한 전 총리 댁에서 메이저 건설업체 회장과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뿐”이라며 “김씨와는 깊은 얘기를 나눌 만큼 가깝고 신뢰하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출소 뒤 나와의 친분을 말하고 다닌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는 편지까지 보냈었다”고 덧붙였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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