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탈출, 졸업장보단 기술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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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한상의 인력개발원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실습 위주로 실무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취업 준비 기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졸 등 고학력자들도 들어와 기술을 익히며 ‘취업 디딤돌’로 활용한다.

지난해 말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에 입사한 박재환(27)씨. 지방대 졸업반이던 2008년 하반기에 수십 곳의 기업에 입사 지원을 했다가 실패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듬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인력개발원에 들어갔다. 이곳은 2년 동안 철저히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지식과 기술을 실습 위주로 가르치는 곳. 2년간 그는 ‘사출금형산업기사’ 등 자격증 6개를 땄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한전 계열사에 입성했다. 인력개발원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대졸 또는 중퇴 같은 고학력자들이 대한상의 인력개발원 등 실무·기술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자신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력’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이다. 유례없는 청년 취업난 속에서 ‘실무 능력’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고학력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취업 실무 교육기관의 학력 분포도 바뀌었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산하 인력개발원의 지난해 입학자 중 43%가 대졸 또는 중퇴자였다. 학력별 집계를 시작한 2002년 8.6%의 다섯 배다.

 실무 교육기관들은 취업률이 높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은 올 2월 졸업자의 취업률이 100%다. 대학원 등으로의 진학이나 입대자를 뺀 비율이다.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실무·실습 위주 교육을 하는 국책대학 한국폴리텍대도 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무 기술을 철저히 실습 위주로 배우다 보니 졸업할 때까지 대부분 자격증 3~4개씩은 따게 되는 게 높은 취업률의 비결이다. 기업들은 실전 기술로 무장해 추가 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 상당수 기업이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이나 폴리텍대 교수진에게 “이런 요건을 갖춘 인재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놓을 정도다.

익명을 원한 한 대기업 계열의 인사 담당자는 “취업 실무 기관 출신에게 특별 가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증 같은 ‘스펙’이 워낙 돋보여 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한국산업인력공단도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맞춤형 재교육’ 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안에 ‘청년 취업 아카데미’(가칭) 개설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조사해 6개월짜리 맞춤형 교육 과정을 만들어 대졸자들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실무 지식·기술 교육기관 중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은 현재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입학 지원은 28일까지. 국가 지원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학비와 기숙사비가 없고, 월 20만원의 ‘훈련수당’까지 준다. 지금까지 2년제였으나 이번 입학생부터는 1년제다. 1588-0603.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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