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마하티르 IMF 비판 맞장구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주룽지(朱鎔基)총리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약속이라도 한듯 IMF 비판에 입을 모았다.

22일부터 동남아시아 4개국을 순방 중인 朱총리는 첫날 콸라룸푸르에서 마하티르 총리가 개최한 환영식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성공한 말레이시아는 국가마다 나름대로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발전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미국 주도의 IMF 개입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자본규제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도 아시아 경제위기를 맞아 IMF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그리곤 자신의 지론인 동아시아통화기금(EMF) 창설에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朱총리는 이에 "EMF제안을 적극 지지한다" 고 화답한 뒤 이를 계기로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EMF 등과 관련한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작고 효율적이며 전적으로 지역 내에서 운영되는 기구가 필요하다" 며 IMF의 개입을 배제한 채 동아시아지역의 통화정책에 관한 협력기구인 EMF창설을 제안했었다.

중국이 이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두 나라 모두 인권문제와 관련, 미국의 간섭을 받고 있는데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서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두 나라는 'IMF〓미국' 이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에 앞서 일본도 97년 아시아지역의 IMF격인 아시아통화기금(AMF)설치를 제의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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