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수·외 만점 받아도 SKY 인기학과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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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쉬운 수능’으로의 전환 방침을 밝혔다.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수능-EBS 70% 연계 정책’이 실패한 데 따른 조치다. 교과부는 EBS 교재에서 70% 연계 출제를 공언했지만 11월 수능이 과도하게 어려워 수험생과 학부모의 비판을 받았다.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에서 영역별 만점자가 1%가량 나오도록 출제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내놨다. 평가원 관계자는 “언어·수리·외국어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약 7000명)라면 과거 어떤 수능보다 쉬운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수능 난이도가 들쭉날쭉했는데 영역별 만점자가 0.3% 미만일 때 어려웠다고 하고 0.5% 이상이면 쉬웠다고 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점자 1%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수시모집 비중이 대학별로 최대 80%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수능이 쉬워져도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 차관은 “그동안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높았으나 입시 방법이 다양해졌으므로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험생과 대학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물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확보 문제를 걱정했다. 오성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전형지원실장은 “수능이 쉬워지면 일종의 자격 고사화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상위권 대학에서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노 연세대 입학처장은 “수능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되면 논술이나 대학별 고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수능 고득점자가 많아지면 최상위권 대학을 기대하는 층도 넓어져 정부 기대와 달리 사교육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주로 보는 정시모집에서 면접 비중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자칫 실수 여부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2011학년도 기준 상위권 3개 대의 총정원이 1만247명(서울대 3096명, 고려대 3772명, 연세대 3379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1.46%가량”이라며 “언·수·외 세 영역 만점자가 0.3%(약 2100명) 정도 나온다면 서울대 상위 학과와 고려·연세대 인문계 인기 학과는 세 영역 만점을 받아도 탐구영역에서 만점을 못 받으면 불합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서울대 의대 등 자연계 의학계열도 마찬가지”라며 “만점자에서 1등급 커트라인까지 구간에서 변별력이 없으면 상위권 입시에서는 혼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수능 난이도가 교과부 기대처럼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만점자 1%라는 수치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낮도록 쉽게 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만·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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