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빈, 그녀의 이름은 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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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간호사 1백명에게 '가장 순수한 이미지의 연예인'을 물었다. 경희의료원· 한양대병원· 고려대병원· 강남성모병원 간호사 1백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탤런트 명세빈이 1위(32표)를 차지했다. 2위 심은하(28표), 3위 전도연(22표).

순수(純粹). 명세빈이 처음으로 출연한 드라마 제목이다. 그가 처음 TV에 나올 때부터 '순수'라는 낱말은 '명세빈'이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각종 인기조사에서 그가 1등으로 뽑힌 적은 별로 없었지만 '가장 순수한 이미지의 여자 연예인'을 묻는 조사에서는 그가 늘 1등이었다.

조그맣고 선이 고운 얼굴. 화장을 한 듯 안한 듯 투명한 피부에서도 아이같은 '순수함'이 묻어났다. 그의 '선한 눈'을 들여다보며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착해져옴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연예인이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 가수 신승훈을 만났고 그에게 사인을 부탁한 것이 계기였다. 신승훈의 매니저에게 '찍힌' 그는 당대 최고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됐고 그 다음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타가 되어 갔다.

드라마 〈순수〉에서부터 〈종이학〉 그리고 영화 〈남자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그는 눈물 많고 착한 역들만 맡아 왔다. 물론 영화 〈북경반점〉이나 드라마 〈고스트〉에서 적극적인, 혹은 털털하고 조금은 남성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그는 여전히 가난한 청년과 순수한 사랑을 하는 드라마 〈종이학〉의 '조나연'으로 남아 있다.

그는 지금 졸업학점을 채울 일과 졸업작품전을 걱정하는 예의 대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연예인으로서는 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휴식이 그에게는 바쁘게 달려오느라 소홀했던 주변을 돌아보고 좀더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그는 마지막 한학기 남은 학업을 위해 출연이 예정돼 있던 MBC의 새 일일드라마 〈날마다 행복해〉의 출연을 포기했다. 그가 드라마 출연까지 포기해가며 학업에 열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1년 후에는 여전히 연기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10년 후에는 '명세빈'이라는 이름이 디자이너로도 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다양한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연기자 생활이 의상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잠도 실컷 자고 어머니가 지어준 보약도 먹는다. 동대문시장에서 천을 직접 끊어다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닌다.

그에게 유명인이 되어 학교로 돌아가 보니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가끔 대출(대리출석)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교수님들이 다 알아보셔서 대출은 꿈도 못 꿔요."
팬들은 지금 내년 봄 대학 졸업장을 받아들고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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