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세번째 헐리우드 작품 〈Anna and the Kin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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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은 홍콩 출신배우 중 미국 헐리우드 영화제작자의 입맛에 가장 맞는 배우이다.

지난 8월 '뉴스위크'지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기도한 주윤발은 최근 미국의 한 대중잡지가 선정한 금세기 가장 섹시한 배우에 뽑히기도 하였다. 그가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래 나온 작품은〈리플레이스먼트 킬러〉와 〈커럽터〉두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두 신통찮은 흥행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미국 영화제작자들이 주윤발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 영화산업이 갈수록 국제화되면서 미국 국내시장 못지않게 해외시장의 흥행수익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의 경우 북미지역에서 올린 수익이 6억 달러인데 비해 북미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12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주윤발은 미국내 아시아계 영화팬들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일대 국가에서는 가장 확실한 흥행메이커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이전에 출연한 〈영웅본색〉과 〈첩혈쌍웅〉같은 오우삼 스타일의 액션물에서 뿐만 아니라 〈가을날의 동화〉같은 멜로물에서도 강한 분위기로 영화팬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주윤발의 최신작품은 미국 작품 〈Anna and the King〉이다. 올 초 국내에 소개된 〈에버 애프터〉의 앤디 테넌트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1956년 월트 랭 감독의 〈왕과 나〉의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율 브린너가 맡았던 태국 샴 국왕 역은 주윤발이 맡았고, 주윤발에게 서양문물을 전해주는 영국 여인 애나역에는 조디 포스터가 맡아 데보라 카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860년대 영국에서 미지의 왕국 샴으로 건너온 Anna Leonowens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율 브리너가 데보라 카와 흥겹게 춤출때 나온 노래 "Shall we Dance?" 스코어는 나중에 일본의 수오 마사유키의 〈쉘 위 댄스〉에 쓰일 만큼 인상깊은 명곡이었다.

주윤발의 〈Anna and the King〉은 영화촬영 때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태국 당국은 이 영화의 내용에 불만을 품고 태국내에서의 촬영을 금지하였다. 56년 제작된 율 브리너 작품은 아직까지도 태국에서 상영금지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우여곡절끝에 말레이지아에서 촬영되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주윤발의 〈Anna and the King〉또한 율 브린너 주연의 영화와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될 것 같다. 태국 의 영화검열 당국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후 통과를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영화에서 주윤발이 연기한 태국 왕이 칼을 뽑는 장면이 마치 중국 고대 검객같은 모양이라 태국왕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한 것.

또한 영화포스터에서는 조디 포스터의 이름이 태국 왕의 인장위에 표기되어 있는 등 국왕의 권위를 훼손시켰다고 판단하여, 이 영화 예고편의 상영과 포스터 배포를 일단 금지시켰다. 최종 상영여부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태국은 아직도 국왕의 권위가 상당한 수준이라서 온전한 상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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