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S도 뜨네 … 달아오르는 선진국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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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세계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에 몰렸던 돈이 서서히 선진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세계 증시에서 ‘미운 오리’였던 주요 유럽 국가는 올 들어 ‘백조’로 변신했다. 반면 상승장을 이끌던 아시아·남미 국가들은 백조에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세계 증시에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재정 건전성 문제로 유럽발 위기의 진원지가 됐던 ‘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올해는 나란히 주가 상승 대열의 선두에 섰다. 그리스의 아테네제너럴 지수는 올 들어 10일까지 15.43% 올랐다. 그리스 증시는 세계 주요 37개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5.62% 급락하면서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게 바로 그리스 증시였다. 스페인 9.91%, 포르투갈 4.45%, 이탈리아는 8.41% 올랐다. 올해 일제히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은 올 들어 상승률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51.83% 오르며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아르헨티나는 올해 3.11% 내렸다. 지난해 46.13%나 오른 인도네시아는 올해 8.91%나 떨어졌다. 태국·칠레·인도·남아공 등도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아시아 신흥국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인 한국 증시도 지난해 21.9%나 올랐지만 올해는 3.7%가량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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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금융시장에서 돈 흐름이 바뀌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인플레이션에 이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 많다.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부진한 국가는 이미 지난해 고점을 돌파했던 국가이고, 요즘 오르는 국가는 지난해 신용위험으로 주가가 급락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나빴던 지역이 반등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닉 넬슨 UBS증권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특히 그동안 덜 사랑받았던 나라로 돈이 몰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지난해 선진국보다 우위에 있었던 신흥국의 경기 상황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데다 ▶선진국 기업의 이익 전망이 좋아지고 있고 ▶한국 증시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너무 빨리 상승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금융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신흥국과 달리 최근 발표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제지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보유 종목은 대부분 대형주이기 때문에 이들이 매도하는 종목 역시 대형주가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 매도하는 동안에는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우량 기업(1조원 클럽)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내 코스피는 외국인이 최근 나흘 동안 2조원 이상 팔아치우는 바람에 104포인트(5.0%)가량 떨어졌다. 올 들어 상승세였던 코스피가 갑자기 급락세로 반전하자 투자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강도와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랩어카운트를 중심으로 한 국내 유동성 ▶경기순환의 상승 반전 조짐 ▶국내 기업 이익의 안정성 ▶실적 대비 낮은 주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의 투자 전략은 주가가 기술적인 반등을 할 때 현금화로 대세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쪽과 상승 기조가 살아 있는 만큼 추가 조정을 기다리기보다 주도주 위주로 공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갈린다.

 이도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순매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의 매매 패턴 변화가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정보기술(IT)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위원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으면 기존 IT·자동차 같은 주도주가 더 내려간다”며 “그러나 조정 시 주가 하락폭이 작은 소외주가 아니라 여전히 주도주를 사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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