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 탄생시킨 이경범 장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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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범 장학사는 ‘나무늘보’ 동아리에서 ‘엄마늘보’로 불린다. 이 장학사에게 회원들은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동아리 활동 말고도 각 가정의 대소사에도 관심이 많다. 학교 일을 위한 정보 교환에도 적극적이다. 열정과 사랑, 관심과 위로, 서로에 대한 격려가 있는 동아리에서 엄마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 장학사를 만나 동아리 활동과 독서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왜 나무늘보라고 이름 지었나.

“나무늘보는 1분에 2미터 가량 움직인다. 하루 15시간 이상 잠을 자는 느림보 동물이다. 현대화 사회는 모든 것이 ‘빨리빨리’ 진행된다.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 없이 한 가지 사건이 끝나면 다음 것을 요구한다. 적어도 ‘독서’만큼은 좀 느리지만 여유를 갖고 오래 지속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상징적인 동물 이름을 붙였다.” 

-충남교육청의 학력증진 프로젝트에서 속독과 속해가 독서교육의 중심축이다. 나무늘보가 지니는 의미와는 정반대 아닌가.

 “충남교육청의 학력증진 프로젝트는 방향을 잘 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학력이 증진되려면 내면의 성장이 필요하고 사고력이 증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절대적이다. 나무늘보처럼 서서히 독서활동을 내면화하다 보면 독서 활동에 탄력이 붙게 되고 어느새 책을 빨리 읽는 힘이 생긴다. 이는 수능시험 등 장문의 글을 읽어낼 때 꼭 필요한 요소다.”

-동아리 분위기는 어떤가.

 “진정한 의미의 교육 동지를 얻었다는 점이 서로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사연도 많다. 18명의 늘보 회원들 가운데 3명이 임신 중이거나 출산했다. 장식장이 넘어져 온 몸에 유리가 박혀 대수술을 받은 남편을 놓고 사명감으로 나무늘보가 주도한 독서캠프 행사에 참가한 선생님도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만큼 회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앞으로 계획은.

“교육정책은 선생님들이 주축이 될 때 사업이 성공한다. 지금까지 희망 학교 중심의 독서캠프를 개최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무늘보 회원이 중심이 돼 권역별로 소규모 학교의 선생님들이 참가하는 쪽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목표다. 소외 계층일수록 독서의 필요성은 증대되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

 “자녀의 학력 수준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이 급한 부모는 빠른 결과를 재촉한다. 그러나 이것을 요구하다 보면 아이들은 기능 중심, 정답 중심의 공부를 하기 쉽다. 다양한 독서 경험을 통해 자녀들이 폭넓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공부 수준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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