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사 자사고 파견에 공립고 학생·학부모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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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립 학교의 유능한 교사가 자율형 사립고로 파견되면 결국 (공립학교의) 남은 학생들이 손해를 볼 텐데…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사고 진학을 못한 공립 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피해를 봐도 되는 건가요.”

 7일 광주광역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이다. 시교육청이 특정 자사고에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의 공립학교 교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시교육청은 3월 교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자율형 사립고인 보문고에 파견할 교사를 공모 중이다. 수학·영어 각각 2명, 국어·화학·생물 1명 등 모두 7명이다. 보문고는 파견 교사에게 ▶기본급 50%에 해당하는 특별수당 ▶해외연수 체험 ▶3년 뒤 원적 복귀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시교육청은 공립 학교 교사 중 7명을 보문고에 보내는 대신, 이 학교로부터 윤리·역사·기술·체육·과학·일본어 과목 교사 7명을 받기로 했다. 교과목 간 담당 교사 불균형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공립 학교 학생의 학부모들은 “실력 있고 잘 가르치는 교사가 자사고로 빠져나갈 경우 공립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져 공·사립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학력을 높이려는 보문고가 우수 교원을 공립 학교로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고교 중 2010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 상위 10개에 특목고인 광주 과학고와 국립인 전남대 사대 부속고를 제외하고는 사립 고교들만 이름을 올렸다. 2009학년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보문고에 대한 이례적 지원은 대광여고의 외국어고 지정을 철회하고 특목고·자사고 감독을 강화하는 등 학교의 등급화·서열화 대신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해 온 장휘국 교육감의 교육 철학과도 맞지 않는 조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육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교육기관이 필요할 경우 파견할 수 있다’는 임용령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한 시교육청 간부는 “보문고의 자사고 지정 당시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해 학교 측에 약속한 부분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간 파견 근무가 없었던 것은 희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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