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296권, 5월까지 한국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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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 296권이 5월 말까지 모두 한국으로 돌아온다. 일부는 이르면 다음 달 도착한다. 병인양요(1866년)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프랑스 해군에 약탈당한 지 145년 만의 귀환이다.

 박흥신 주프랑스 한국대사와 폴 장오르티즈(Paul Jean-Ortiz) 프랑스 외교부 아태국장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외교부 청사에서 ‘외규장각 도서 이관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문서에는 ▶5월 31일 이전에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 완료 ▶2015, 2016년의 한·프랑스 문화 교류 행사 때 도서 일부를 프랑스에서 전시 ▶5년마다 대여 갱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합의문 서명은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구두로 합의한 내용에 일정 등을 추가해 문서화한 것이다.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시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여를 약속했다. 5년마다 계약을 새로 맺는 조건이었다.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에서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는 총 340권으로 그중 296권은 BNF에 있고, 한 권은 199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 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행방불명 상태다. 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며 휘경원원소도감을 선사했다. BNF에는 이 역시 대여로 기록돼 있다.

 지난해 양국 정상 합의 뒤 한국은 올해 2월께 이관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BNF가 도서 내용을 컴퓨터 파일로 만드는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해 도서 인도가 미뤄졌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도서들은 3∼4차례로 나눠 옮겨질 것이며, 디지털화 작업이 끝난 도서들은 이르면 다음달에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규장각 도서 관리를 맡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8일부터 두 달 동안 특별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원들이 이달 중 BNF를 방문해 특별전의 세부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희·이승호 기자

◆외규장각 도서=조선 왕실의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던 1007종 5067책에 이르는 서적과 문서를 말한다. 외규장각은 1781년(정조 5년) 왕실 소장 장서와 문서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기 위해 강화도에 세워졌다. 병인양요(1866년) 당시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 간 뒤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씨에 의해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가 한국에 외규장각 도서를 5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대여하는 형식으로 반환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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